장미여, 너 군림하는 존재여 - 릴 케
장미여, 너 군림하는 존재여,
고대 사람들에겐 너는 테두리가 소박한 꽃밭침이었지
하지만 우리에겐 너는 셀 수 없이 가득 찬 꽃
결코 다함이 없는 대상이다.
풍요로운 네 모습은 빛만으로 이루어진
몸뚱이를 옷으로 겹겹이 두른 것 같다.
그러나 너의 꽃잎 하나 하나는 어떠한 옷도
피하면서 거부하는 몸짓이다.
수백 년 전부터 너의 향기는 우리에게
너의 가장 달콤한이름을 부르게 했으니
문득 그 이름을 모른다, 추측만 할 뿐
불러낼 수 있는 시간에게 영원한 그 추억만이. 장미의 내부 - 릴 케 어디에 이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는가
어떤 상자 위에 이처럼 보드라운 아마포는 놓이는가
이 열려진 장미들의
이 근심없는 장미들의 내부의 호수에 비추어지는 것은
어느 하늘인가, 보라
어느 떨리는 손으로 결코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듯,
얼마나 엉성한 꽃잎을 엉성하게 맞물리고 있는가를
장미는 제 몸을 제가 가누지 못 한다,
수 많은 꽃잎이 너무나 버거워서 내부 공간으로부터 넘처 나와
끝없는 여름 쨍쨍한 나날 속으로 흘러 들어 간다.
점점 탐스럽게 스스로를 닫는 대낮 속으로,
마침내 온 여름이 하나의 밤이 될 때까지,
꿈 속의 밤. 꿈의 노래 - 릴 케 이 노란 장미꽃은
어제 소년이 나 한테 준 것이네
오늘 나는 이 장미꽃을
그 소년의 새 무덤으로 가지고 가네
장미꽃잎 그늘에 조그만 물방울이
아직 저 물방울 빛나고
보게나
오늘은 그것도 눈물이네
어제는 아침이슬이던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