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아내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장단에 박자를 맞춰야 할지….”
30대 중반의 남편 J씨는 아내의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연애시절부터 결혼 후인 지금까지 그런 파도는 여전하다.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성생활에서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며 눈치 없는 남편이라고 핀잔을 받기 일쑤다.
“어떤 때는 아주 밀어내기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강렬 모드, 어떤 때는 섬세 모드. 그 신호를 헤아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 성생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배란-생리로 이어지는 여성의 생리주기에 따른 미묘한 변화에 있다. 즉 성호르몬의 영향에 따른 성욕과 기분의 차이 때문이다. 흔히 여성의 생리를 ‘매직’에 비유하는데, 성의학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매직은 배란-생리로 이어지는 주기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성욕 변화다.
우선 배란기에는 본능적인 성 충동을 관장하는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레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이때 여성의 성욕은 생식과 관련된 본능적인 충동의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보다 공격적이고 직접적으로 성충동을 표현할 수 있다.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도 좀 더 건장하고 육체적인 활력이 넘치는 신체적 우성 유전자를 가진 남성에게 더 끌릴 수 있다.
반면 여성이 또 다른 색깔의 성충동을 느끼는 생리 전후의 시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최저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여성호르몬 관련 요소들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때는 친밀감과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가 더 우선시되고, 우울이나 공허감을 정서적으로 섬세하게 채워줄 수 있는 남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여성은 배란기에는 강인하면서도 건강한 남성 이미지를 더 선호하고, 생리 전후에는 감성적인 로맨티스트에게 더 끌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배란-생리 주기에 따른 여성의 성욕 변화를 이해하고 시기적절한 남성다움이나 섬세한 로맨티스트의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훨씬 더 사랑받고 센스 있는 남편이라 하겠다.
반면에 여성의 성욕이나 감정 변화가 너무 지나친 경우에는 대처가 좀 필요하다. 단순한 생리 전 증후군 이상의 우울증이나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 치료를 요한다. 또 생리주기가 불규칙할 경우 여성의 변화는 더욱 종잡을 수 없기도 하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경구피임약 등을 사용할 경우, 2006년 필자의 연구논문에서 밝혔듯 여성의 성욕은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특정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다.
여성의 성충동이 또 다른 변화를 보이는 시기는 폐경기다. 이 시기에는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 모두 생산이 급감하며, 두 호르몬의 비율이 예전과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폐경기 여성이 좀 더 강하고 주도적인 욕구를 표현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는 성욕에 호르몬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기 때문에 폐경 이후의 여성이 마치 어린 소녀처럼 앳되고, 소꿉장난 같은 관계를 원해 남편이 이를 잘 받아주면 알콩달콩 재미난 노년기를 맞을 수도 있다. 필자는 아주 오래 전 의대생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필자의 부모님은 갱년기를 겪은 후였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때 부친은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에 이런 말씀을 했었다.
“요즘 말이지. 너희 엄마 얼굴에서 금빛 광채가 나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