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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10.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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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 서수찬( 1963 ~ ) -


전에 살던 사람이 버리고 간

헌 장판지를 들추어내자

만 원 한 장이 나왔다

어떤 엉덩이들이 깔고 앉았을 돈인지는 모르지만

아내에겐 잠깐 동안

위안이 되었다

조그만 위안으로 생소한

집 전체가 살 만한 집이 되었다

우리 가족도 웬만큼 살다가

다음 가족을 위해

조그만 위안거리를 남겨 두는 일이

숟가락 하나라도 빠트리는 것 없이

잘 싸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 걸 알았다

아내는

목련나무에 긁힌

장롱에서 목련향이 난다고 할 때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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