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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에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7. 3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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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에

 

                      - 문태준(1970~ ) -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빈 의자를 바라본다. 거기 누군가 앉았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거기 앉아서 한숨 던지던 일이며, 거기 누군가 앉아서 유쾌하게 웃던 일이며, 거기 누군가 앉아서 하오의 창을 꿈에 잠겨 바라보던 일이며…의자는 자기의 허벅지 위에 앉을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 거기 꽃필 순결한 잠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의자는 고독하다. 『월든』을 쓴 자연주의자 소로는 두 개의 의자만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하나는 나를 위해. 저녁놀이 물드는 창 너머 하늘을 볼 나를 위해, 또 하나는 언제라도 찾아올 손님을 위해. 당신은 오늘 과연 몇 개의 의자를 당신의 방 안에 세워두고 있는가. 당신의 마음자리는 빈 의자가 되고 있는가. 붉은 꽃잎이 진 자리처럼 비었으나, 가득 찬 빈 의자. 빈 의자에 앉은 시 하나.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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