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불만족·걷기 부족이 한국사회 폭력성 낳았죠” |
‘행복유발 뇌물질’ 세로토닌 전도사 이시형 박사 |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10-07-09 11:47 |
‘행복유발 뇌물질’ 세로토닌 전도사 이시형 박사 “사람이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섹스예요. 그런데 한국인이 세계에서 섹스 만족도가 가장 낮아요. 한국인 중 남자는 9%, 여자는 7%만 섹스에 만족한다고 답했어요. 2006년도 세계비뇨기학회 통계입니다. 전 세계인의 평균은 50%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훨씬 못 미치는 거죠.” 정신과 의사이자 건강 전도사로 널리 알려진 이시형 박사. 그가 이렇게 말할 때, 이 박사가 운영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문화원’의 젊은 여직원들이 곁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들을까봐 은근히 걱정됐는데, 이 박사의 표현은 더욱 적나라해졌다. “한국인의 섹스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경쟁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에요. 교감신경이 늘 흥분돼 있으니 남자는 발기가 안 되고 여자는 애액이 나오지 않지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에요. 섹스만큼 정신 치유에 좋은 게 없는데, 만족도가 낮으니 사회 심리가 엉뚱하게 비뚤어지는 요인이 됩니다.” 이 박사의 음성이 워낙 진솔해서인지 고개를 연방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만 76세인 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힘이 깃들어 있었다. 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택가에 자리한 ‘세로토닌 문화원’에서 만난 그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 밤에 이렇게 전쟁난 것처럼 쳐들어왔느냐”면서도 시종 평안한 웃음을 머금고 인터뷰에 응했다. 결례를 무릅쓰고 저녁 시간에 그를 찾은 것은 이 박사가 너무 바빠서 한가로운 시간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강연이 많긴 해요. 매일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강연을 합니다. 주제는 다 다르지만, 요즘엔 ‘세로토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대뇌피질의 예민한 기능을 억제해 스트레스와 갈등을 줄이고, 격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 씨앗’이라는 별칭이 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세로토닌 문화원’ 건물은 2층 양옥인데, 조촐한 정원이 딸려 있어서 평화로운 느낌을 줬다. “지난겨울에 한적한 주택가에 정원이 있는 집을 골라서 얻었지요. 평화 호르몬이 흐르는 ‘세로토닌 홈’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세로토닌이라는 말은 몇번을 들어도 낯설기만 했다. 그는 왜 세로토닌에 주목했고, 이것을 통해 문화운동을 할 생각을 했을까. “세로토닌이 풍성해지면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 즉 폭력·충동·중독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은 조절 기능이 있어서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패션과 디자인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도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 수준을 낮게 보기 때문이잖아요. 데모를 하더라도 평화적으로 하지 않고 걸핏하면 불을 지르고 유혈 충돌이 발생하는 나라의 상품을 비싸게 살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제 ‘차분한 열정’으로 국격을 높여야 할 때입니다.” 그는 나라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선 안 되겠지만, 발전의 열정을 지니면서도 차분히 생각하며 현명하게 뛰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의 개발 정책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21세기 한국의 큰 과제가 창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세계 정상권에 있잖아요. 남을 모방할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창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세로토닌은 창조성을 높여주는 물질입니다.” 세로토닌은 무엇보다 사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이 박사의 신념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각종 병리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세로토닌 결핍 증후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를 두 가지로 봤다. 개인적으로 세로토닌이 부족한 우울증 환자들이 많다는 것, 사회적으로 급한 분위기가 있어서 자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 최근 더 기승을 부리는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성범죄자들은 대부분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역시 충동 억제 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인의 세로토닌이 약해진 것은 본능이 주는 행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성욕, 식욕, 군집욕 등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사람은 그런 본능적인 행동을 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식욕을 예로 들면, 한국인은 많이 먹는데 잘 씹지 않으니 세로토닌이 잘 생성되지 않습니다. 꼭꼭 씹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걷기입니다. 걷는 것도 원시시대부터의 인간 본능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조금도 걸으려 하지 않고 차에 의지합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요.” 이 박사는 평소에 운동을 할 시간이 없으나, 웬만한 거리는 걷기 때문에 일상이 운동이라고 했다. 도저히 고희를 넘긴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도록 젊어 보이는 외모도 걷기 운동 덕분일까. “맞습니다. 걷기 덕분에 제 바이오에이지(생물학적 나이)는 45세예요. 어디 가면 58년 개띠라고 농담을 하지요.(하하)” 그는 경쟁사회에 지쳐 있는 한국인들이 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여긴다. 그 실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힐리언스 선(仙)마을’을 지난 2007년 9월에 강원 홍천에 만들었다. 이곳에 가면 휴대전화, 텔레비전 등 도시 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운동, 요가, 명상 등을 하며 자신을 바꾸는 훈련을 한다. “금연, 절주가 기본인데 어떨 땐 와인 1잔은 줍니다. 식습관을 고치는 훈련도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아니고 밥 먹는 순서를 바꿉니다. 간식을 먼저 먹고 디저트 후 샐러드, 싱거운 반찬, 주요리 순서로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20%의 절식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생활 습관을 바꾸는 훈련을 한 3개월 꾸준히 하면, 대부분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체중과 허리둘레를 5% 줄이는 당초 목표를 이룹니다.” 지금까지 ‘선 마을’에 다녀간 사람은 3만여명. 그 중에 의사도 1000여명 포함돼 있다는 것이 이 박사의 자랑이다. 2박3일 프로그램이 기본인데 1박2일짜리도 있다. 비용이 비싸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더니, 이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이젠 값싸졌다”며 웃었다. 평생 잘나가기만 했을 것 같은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을까. 그가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할 때 젊은 여성들의 연모 때문에 스캔들 루머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얼토당토않은 스캔들 소문이 자꾸 났어도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정신과 의사로서 생각해보니, 내가 잘생긴 게 영향을 미쳤구나 싶었지요.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내가 잘생겼는지 어땠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그는 뜻밖에 자신의 삶을 질곡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어린 시절의 참혹한 경험 때문이었다. 이 박사는 고교 1년 때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 “전쟁때, 형이 군대 가고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둘째 아들이었던 제가 열세 식구의 가장이 됐어요. 그때부터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칠성시장에서 고구마 장사, 교동시장에서 만년필 장사를 하고 빵도 팔았지요. 가장 오래 한 것은 미군 부대에서 심부름을 하는 하우스 보이 일이었어요. 그때 하우스 보이 영어를 익혔지요.” 아슴한 표정으로 옛일을 더듬던 그가 갑자기 물었다. “장 선생, 하우스 보이 영어 알아요? 아 유 오케이? 아이 오케이. 유 컴, 아이 컴. 하하, 이게 하우스 보이 영어예요. 이것을 했는데, 우리 학교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미군들과 이야기하는 학생이 저밖에 없으니….” 그는 의대에 다니면서도 가정교사, 학원 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리더십이 뛰어나서 학생회장도 했다. 당시는 정치적 이슈로 학생운동을 하는 시절이 아니었지만, 그는 학생회장을 하면서 ‘민족애’라는 것을 절실히 가슴에 품었다. 그게 나중에 의사가 된 후에도 공동체에 무엇인가 기여하기 위해 저술과 강연을 열심히 하게 된 동력이 된 셈이다. 그는 1980년대 이후 5년 주기로 우리 사회에 ‘배짱’‘여성·청소년’‘세계화’ ‘건강’ 등의 화두를 던져왔다.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모둠살이를 위해 뛰겠다는 그에게 세로토닌 문화운동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시간이 걸릴 거예요. 화끈한 물질이 아니잖아요. 엔도르핀은 현대 한국인의 기질에 맞게 화끈한 물질이니 전국이 금방 들썩거렸잖아요. 세로토닌은 그렇지 않으니, 이 운동이 퍼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20세기가 엔도르핀의 공격 문화 시대라면, 21세기는 차분하고 현명한 문화가 평화적으로 흐르는 세로토닌의 시대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문화일보가 펴낸 시집 ‘am7이 만난 사랑의 시’를 선물했다. 그는 시집을 펴서 몇 장을 읽으며 “음∼ 좋군요. 아∼ 좋아요”라고 중얼거렸다. “마침 우리 문화원에서 아이폰에 시를 보내주는 운동을 하려 해요. 좋은 시는 세로토닌을 만들어주니까요. 시에 해설을 붙여서 보내주려 하는데, 그게 요즘 저의 숙제예요.” 인터뷰 = 장재선 문화부 차장 jeijei@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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