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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孫發福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10. 4.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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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外孫發福

 

 

외손자들이 잘된 경우를 외손발복(外孫發福)이라고 한다. 주역에서는 음중양(陰中陽)의 논리를 가지고, 아들은 어머니 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본다. 여자 속에 들어 있는 양의 기운이 아들로 내려간다. 어머니는 친정아버지인 외할아버지의 유전을 많이 받는다. 외할아버지가 출중한 인물이면 외손자가 이 기질을 유전받는 수가 있다. 물론 부계 쪽의 유전자도 좋아야 한다.

장동 김씨(壯洞 金氏)가 조선 최고의 명문가로서 입지를 굳히게 되는 계기는 선원 김상용, 청음 김상헌이라는 걸출한 형제의 등장인데, 선원과 청음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정유길(1515~1588)이다. 동래정씨 집안의 인물인 정유길은 당대의 퇴계 이황, 하서 김인후와 함께 독서당에서 공부를 같이 한 대학자이자 벼슬도 대제학, 좌의정에 이르렀다. 두 외손자는 외할아버지의 훈도를 받으며 컸던 것이다.

조선 후기 남인을 대표하는 대학자가 미수 허목인데, 미수는 천하장사의 기세를 지녔던 노론의 송시열을 담담하게 대적했던 도사급 인물이다. 미수의 외할아버지는 훤출한 미남자로서 말을 타고 전국의 명산대천을 유람한 일세의 풍류남아 백호 임제(1549~1587)이다. 미수가 거의 60세에 이르기까지 벼슬을 하지 않고 강호유람을 즐긴 것은 외가 쪽 유전자가 아닌가 싶다.

소론을 대표하면서 당시의 영남지역 소외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논객이 반남박씨 박세채(1631~1695)인데, 박세채의 외조부가 상촌 신흠(1566~1628)이다. 신흠은 월사 이정구, 계곡 장유, 택당 이식과 함께 조선 4대 문장가(月象溪澤)로 꼽히는 대학자이다. 퇴계학파의 갈암 이현일은 외조부가 경당 장흥효이다. '음식디미방'의 저자인 장(張)부인은 경당의 딸이자 갈암의 어머니이다. 갈암 외에도 퇴계 학맥은 외손들이 그 계승자가 된 경우가 많다.

한편,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의 외증손이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문하에서 모두 수학했던 한강 정구이다. 노론 정권하에서 춥고 배고팠던 기호 남인들의 아지트가 해남의 만석꾼 부잣집으로서 고산 윤선도의 저택이었던 녹우당(綠雨堂)이다. 녹우당에서 '자화상'을 그렸던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외증손이 다산 정약용이다. 그래서 조선 중기까지는 족보에 외가 쪽 사람들도 동등하게 포함시켰던 것이다. 씨도 중요하지만 밭도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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