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열린 북악산… 도심 속 '오아시스'
서울 성북구 성북동 북악산 일대는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숲이 우거졌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 소속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가 청와대 습격을 위해 통행로로 이용한 후 폐쇄돼 그동안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3월 1.4㎞에 이르는 북악하늘길 1산책로가 열렸고, 9월에는 '김신조 루트'라 불리는 북악하늘길 2산책로 1.9㎞가 개방됐다. 올 2월에는 군인들의 순찰로였던 640m의 북악하늘길 3산책로가 시민에게 선보였다. 이로써 그동안 '금단의 땅'인 북악산 일대가 42년 만에 완전히 열린 셈이다.
북악산 산책로로 가려면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시내버스 1111번, 2112번이나 마을버스 1번을 타면 된다. 시내버스를 타면 종점인 '우정의 공원'에서 내려 북악하늘길 1산책로―2산책로―3산책로를 순서대로 즐길 수 있다. 반면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성북구민회관에서 하차해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를 거쳐 북악하늘길 3산책로―2산책로―1산책로 순으로 이어진다. 등산 취향에 따라 산책로를 선정하면 되지만, 내리막길이 많다는 점에서 구민회관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더 인기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주말에 '도심 속 DMZ'라 불리는 북악하늘길 3.9㎞ 산책로를 걸어보자. 봄이 바짝 다가와 있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코스다.
◆군 순찰로 보수한 3산책로
성북구민회관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북악산으로 접어들면 스카이웨이 산책로다. 뛰어난 풍경으로 이미 유명해진 스카이웨이 산책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역기와 평행봉 같은 운동기구들이 있는 정자 다모정이 나온다. 다모정 옆에는 11m 높이의 아치형 나무다리인 '숲속다리'가 있는데, 이를 통해 최근 개방한 북악하늘길 3산책로와 연결된다.
북악하늘길 3산책로는 기존의 군 순찰로 640m를 보수했다. 북악산 산책로 중 가장 짧은 코스지만 4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전 구간이 폭 1m의 콘크리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만만치 않다. 전망대가 곳곳에 있고 산책로 우측으로 정릉동과 내부순환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한눈에 보인다. 군인들이 이용했던 벙커와 진지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김신조 루트'로 불리는 2산책로
3산책로가 끝나고 2산책로가 시작되는 부분에는 약 300㎡ 되는 공터가 있다. 그 옆에는 북악하늘길 2산책로와 스카이웨이 산책로를 잇는 '하늘교'가 마무리 공사 중이다. 이들 산책로는 북악산과 북한산 사이를 지나는 도로 때문에 단절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늘교는 북악산과 북한산을 연결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늘교는 현재 통행이 가능하지만, 서울성곽의 모습을 내기 위해 표면에 화강암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책로를 만든 성북구는 "북한산과 북악산의 정기를 이어주기 위해 다리 위를 흙으로 깔았다"며 "북악산에서 북한산 백운대까지 이르는 8시간 코스의 산책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늘교 건너편 쉼터인 하늘마루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체조와 바르게 걷기 강습이 열린다.
2산책로는 일명 '김신조 루트'라 불린다. 산책로 중간에는 1968년 1·21사태 당시 국군과 무장공비가 총격전을 벌였던 3m 높이의 바위인 호경암도 있다. 바위에는 50여발의 총탄 자국이 아직 남아 있다. 하늘교에서 하늘전망대, 호경암을 거쳐 삼청각으로 이어지는 1.9㎞ 길은 마치 깊은 숲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산책로는 건천(乾川)인 계곡 2곳 위를 계단 500여개로 통과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60도 경사를 이루며 구불구불 뻗어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듣는 바람소리와 물소리, 새소리는 '과연 이곳이 서울인가'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송춘방(51·회사원)씨는 "도심에 이런 풍경과 울창한 숲 속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악하늘길 산책로는 42년 동안 군 통제로 폐쇄돼 있던 탓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산불감시를 하던 손정현(60)씨는 "자연생태학습과 안보학습을 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성곽을 한눈에 보는 1산책로
2산책로는 성북천 발원지에서 1산책로와 이어진다. 팔각정에서 성북천 발원지, 숙정문안내소, 말바위쉼터까지 이르는 1.4㎞ 길이의 산책로는 서울성곽과 도심의 모습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산책이 끝나면 팔정사 앞에서 성북동 주택가로 뻗어 있는 골목길을 따라서도 구경할 것이 많다. 시내버스 1111번과 2112번의 종점인 '우정의 공원' 옆에는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가 있다. 1981년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65년과 165년이 된 느티나무 두 그루를 비롯해 숲이 울창하다.
주변에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1879~1944)이 살았던 심우장과 소설가 상허 이태준(1904~1946?)이 살았던 집도 있다. 이태준이 살던 집은 현재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간송미술관과 국가지정 사적인 '선잠단지'가 있고, 돈가스·칼국수·돼지갈비 등으로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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