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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이 탓이 아닌데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10. 4. 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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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이 탓이 아닌데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관돼 있는 일제 강점기 때 한 30대 여성의 생식기 표본을 두고 그 보관을 중지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끈 바 있다. 소송 대상이 된 여성의 생식기는 당시 유명했던 기생 ‘명월이’의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일제의 또 다른 만행인 듯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여성의 성에 대한 남성 위주의 편견을 드러내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서울 종로에 ‘명월관’이라는 유명한 기생집이 있었다. 그곳 기생 ‘명월이’와 동침한 남자들이 줄줄이 숨졌다고 한다. 어떤 연유에서 그 생식기 표본이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하지만 만약 동침한 남자들이 줄줄이 사망하자 기생이라는 슬픈 인생을 살다간 한 여인에게 몹쓸 병이나 특이한 뭔가가 있다고 몰아 부검을 한 뒤 생식기 표본을 만들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봐도 명월이와 동침한 남성들의 사망은 명월이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남성들의 문제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잠깐 화제를 돌려서 최근 5년 동안 13개 국가 1519명의 남성 심장병 환자들을 조사한 독일 연구팀의 결과를 보자. 발기부전이 있는 심장병 환자들은 5년 내 사망률이 11.3%에 이르렀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5.6%로 사망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이에 발기부전과 심장병이 함께 있으면 두 배로 위험하다거나 발기부전이 심장병 환자에겐 사망예보라는 논지의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보다는 발기부전이 바로 건강이나 심장질환의 조기경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해당 연구가 발표되기 훨씬 이전부터 혈관성 문제의 발기부전은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나 중풍 등 뇌혈관질환보다 앞서 발생한다는 점이 성의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음경의 발기 혈관은 평균 직경이 0.7㎜로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관상동맥보다 더 가늘기 때문에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발기부전이 다른 질환보다 선행하는 것이다.

이런 동맥경화와 성기능 저하의 악순환에 앞선 위험요소가 바로 복부비만이다. 그 시절에 유명한 기생집 명월관을 드나들 정도라면 제법 유복한 남성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자리가 잦지만 운동으로 살을 뺄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의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과거 부유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복부비만은 건강이 나쁘다는 상징과 다를 바 없다. 남성호르몬의 저하와 혈관질환이나 발기부전을 시사할 뿐이다.

오늘날에도 “복부비만은 인격의 상징”이라고 큰소리치는 남성들이 있다. 상당히 미련한 얘기다. 또 발기력이 저하되면 그저 나이가 들고 상대방의 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여긴다면 이 또한 대단한 착각이다. 중년의 발기부전은 건강의 근본이 흔들린다는 우리 몸의 신호이므로 그 배경 원인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성기능뿐 아니라 건강과 장수를 돌보는 지름길이다.

남성의 복상사나 성행위 후 사망도 심장질환 등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잘 일어나며 외도 시 발생률이 더 높다. 명월이가 어떤 묘책으로 상대 남성들에게 평소보다 더 강렬한 성적 흥분을 줬는지 모른다. 하지만 갑작스럽고 강렬한 성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건강상 문제지 여성에게 탓을 돌리고 이를 파헤치려 하는 것은 못난 남자들의 뒤집어씌우기에 불과하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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