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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탠(Moontan) 로드

라이프(life)/레져

by 굴재사람 2010. 2. 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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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문탠(Moontan) 로드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다. 선탠(Suntan)이 있으면 문탠(Moontan)도 있어야 이치에 맞는다. 서양이 선탠을 즐겼다면 동양에서는 문탠을 좋아하였다. 몇 년 전에 이 '문탠'에 대한 이야기를 '살롱'에 쓴 적이 있다. 문탠이란 밤에 달빛을 받으며 노는 것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를 '달맞이'라고 불렀다. 선조들은 일찍부터 문탠의 우울증 치료 효능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부산 해운대 구청에서 필자의 이 '문탠' 신조어 칼럼을 보고 연락이 왔다. 해운대에 있는 달맞이 고개를 '문탠 로드'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말하자면 '달맞이 고개'를 영역(英譯)한 셈이다. 동산 위에 뜨는 달도 볼 만하고, 강물에 비치는 달도 볼 만하지만, 해운대의 달맞이 고개에서 바다에 비친 보름달을 보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이 달맞이 고개에서 밤안개가 끼는 날을 택해 보름달이 뜨는 바다를 쳐다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몽환적 풍경이었다. 억만년 전 태고의 어느 시점으로 내가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풍파를 헤치고 오면서 쌓여온 마음의 주름이 이 해월(海月)을 보면서 쫙 펴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바다의 달이 주는 공덕이다.

문탠로드는 바다의 달을 보면서 걸어갈 수 있는 바닷가 언덕길이다. 신경을 많이 써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은 밤에 이 길을 한번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를 끼고 걸으면 바다에서 오는 수(水) 기운이 머리의 열을 내려준다. 어떻게 머리의 열을 내리느냐가 중년의 관건이다. 내륙의 산길을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해운대는 명당이다. 가운데에 백사장이 있고, 왼쪽에는 달맞이 고개, 백사장 오른쪽에는 동백섬이 있다. 천년 전에 고운 최치원은 이 동백섬에서 해운(海雲)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모양이지만, 천년 후에 어느 문필업자는 거울같이 잔잔한 바다 위에 뜬 해월(海月)을 보고 살아 있음을 찬탄하였다.

해운대는 근래 몇 년 사이에 30~40층의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서 야경도 볼 만하다. 고층빌딩은 그 수직성으로 인해서 인간이 위압을 당하지만, 유일하게 그 수직의 위압감을 녹여주는 곳이 바다이다. 왜냐하면 바다는 끝없는 수평이기 때문이다. 해운대는 세계적인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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