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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2. 1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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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박형진

    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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