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여치 한 마리 길을 가는데 내 옷에 앉아 함께 간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언제 왔는지 갑자기 그 파란 날개 숨결을 느끼면서 나는 모든 살아 있음의 제 자리를 생각했다 풀여치 앉은 나는 한 포기 풀잎 내가 풀잎이라고 생각할 때 그도 온전한 한 마리 풀여치 하늘은 맑고 들은 햇살로 물결치는 속바람 속 나는 나를 잊고 한없이 걸었다 풀은 점점 작아져서 새가 되고 흐르는 물이 되고 다시 저 뛰노는 아이들이 되어서 비로소 나는 이 세상 속에서의 나를 알았다 어떤 사랑이어야 하는가를 오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