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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0. 1. 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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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69.jpg

 

 

사는 일

 

               - 나 태 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 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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