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09. 12. 28. 12:16

본문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SG워너비의 노래 ‘사랑가’는 “사랑하는 데 무슨 이유 있나요”로 운을 떼지만,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복잡하긴 해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첫눈에 상대에게 빠지는 것을 좌우하는 페로몬부터 시작해, 이성에게 빠져 혼이 나가게 만드는 도파민, 사랑 때문에 상당 기간 행복감에 빠져 살게 하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의 장난이 있다. 사랑에 빠져 흥분상태가 되면 초콜릿과 아몬드에도 들어 있는 페닐에틸아민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암페타민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변화, 즉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욕을 잃고 잠을 못 이루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랑이 무르익어 신체적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는 정소(고환)와 난소에서 옥시토신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성행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윤리적 억제도 풀린다. 다른 영장류처럼 성적으로 흥분하면 쉽게 윤리의 틀을 벗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에너지·열정을 관장해서, 지나치면 강간범이나 섹스중독자가 되게 만들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적 성징을 도드라지게 해서 임신과 출산·수유 등을 관장하는데, 부족하면 성욕이 감퇴해 ‘석녀’를 만들기도 한다.

분석심리학적으로 보자면, 사랑에 빠지는 상태는 가장 원초적 욕망의 대상인 부모와 관련된 콤플렉스와도 연관이 있다. 성인이 되었으나 여전히 부모가 사랑과 증오의 대상인 경우엔 부모와 많이 닮거나 아주 반대인 이성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 둘러보면 비슷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인과 사위가 참 많지 않은가. 또 과거의 애인과 관련된 상처가 여전히 맘속 깊이 있을 때는 비슷한 외모나 성격의 대상에게 계속 탐닉하기도 한다. 예컨대 타이거 우즈가 비슷한 외모의 백인여성만 만난 것은 아시아계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도 있겠지만, 그의 개인사에 무언가가 숨어 있을 법도 하다.

본인이 이상화하는 모습을 이성 안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간디 같은 고매한 영혼의 지도자를 찾는 이들부터 가수나 배우처럼 낭만적이고 관능적인 이성을 찾거나, 스포츠 선수들이나 타잔처럼 육체적인 힘을 지닌 이에게 매혹되기도 한다. 지적인 능력과 실력을 선망하면 본인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기보다는 뛰어난 사람에게 반해 쫓아다니기도 한다. 물론 요즘엔 무조건 돈 많고 외모 좋으면 된다는 이들도 있다. 돈 잘 버는 사람이 항상 돈 걱정 않는다는 법 없고, 젊음의 기한이 짧으니 후일담이 조금 걱정스럽기는 하다.

가슴 아프게 헤어질 때는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겠지만, 실제로 변하지 않는 사랑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마치 약 먹은 것처럼 정신을 놓게 되는 사랑의 황홀경이 세월을 잘 견뎌서 서로의 잘못과 단점까지 보듬을 만큼 곰삭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요란한 악취를 내며 부패하는 치정이 될 수도 있다. 남 얘기 좋아하는 이들은 동네 누구누구부터 유명인사까지 사랑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들추어내지만, 남의 일에 그만큼 신이 나서 난도질을 하는 것은 그만큼 각자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아, 이 세상 나 혼자만 사랑 때문에 외롭고 괴로운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와 동질감은 혹 아닐지….

 

-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