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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하는 그것을 즐기나요?

라이프(life)/섹스

by 굴재사람 2009. 12. 2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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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 나 간밤에 사고 쳤어." 아침부터 후배가 메신저로 호들갑을 떤다. 외롭다,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근래 들어 매일 외로움 타령을 해대던 후배였다.

 

이야기인즉슨, 그렇게 심히 굶주려(?) 있던 그녀가 몇 년 전 술김에 한 번 잤던 남자와 간밤 송년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고는 또 만취해 그 남자랑 잤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묵었던 숙원을 풀었으니 좋았겠네" 했더니 "좋긴 뭐가 좋아? 술에 취해서 기억도 하나도 안 나, 아침에 그 부분이 뻐근한 걸 보니 섹스를 하긴 한 것 같은데.... 좋았는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니!"

 

그녀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나 역시 술김에 하는 섹스를 즐긴다. 술을 왜 최상의 최음제라 하겠는가. 술 몇 잔 걸치다 보면 마주 앉은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보이기 시작하고, 가끔씩 스치는 스킨십에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모든 이성과 도덕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그런 순간에는 정말 섹스가 하고 싶어진다.

 

나의 '음주 섹스'에 대해서 내 남자들은 딱 두 가지 반응이었다. '술에 취하면 리액션이 적극적이고 아주 섹시한 신음 소리를 내기 때문에 좋아' 하는 남자류와 '넌 술에 취하면 오르가슴을 잘 못 느끼잖아. 둔감해지는 너는 싫어' 하는 남자류. 술을 마시면 용감해지면서 그 동안 '여자는 이러면 안 돼' '내가 이러면 이 남자가 나를 오해하겠지?' 하면서 참아왔던 부분들을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놀라울 만큼 낯설고 다른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술을 더 마시면 정신은 흥분되지만 몸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과도한 알콜이 오르가슴까지 이어지는 세포 하나하나를 둔감하게 만들어버린 탓일 게다.

 

남자들은 더 심하다. 화기애애하게 술을 마시다가 자연스레 모텔에 들어갔는데 남자가 너무 취해서 결정적으로 발기가 안 됐다는 에피소드는 많이 들어봤다. 아, 상상만 해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그들이 두 번 다시 얼굴 못 보는 사이가 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 다른 여자 후배는 얼마 전 애인이 생겼다. 술김에 몸부터 섞었던 남자가 그녀의 애인이 된 것이다. "이 남자 속궁합이 안 맞다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며칠 전 처음으로 맨정신으로 섹스를 했어. 그런데 정말 좋더라구. 내가 그 동안 너무 술에 취해서 섹스를 했었나봐."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 돌아왔다. 운이 좋다면 섹시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당신 앞에서 술잔을 기울일지 모른다. 괜히 술기운을 빌려 용기 내겠다고 과도하게 술을 들이마시거나 혹 이 여자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잔뜩 먹이지는 말 것. 약간의 술은 서로를 충분히 섹시하게 만든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당신과 그녀의 섹스를 망친다. 감각의 세포가 살아 있을 만큼만 음주를 즐기시기를. 겨울, 뜨거운 섹스는 추위를 잊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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