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마야력(曆) 2012년
남미에 존재했던 마야문명이 후세에 남긴 특산품은 달력인 것 같다. 아주 정교하면서도 독특한 역법을 사용한 달력이다. 근래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는 2012년 종말론 스토리는 마야력(曆)에서 유래된 이야기이다. 달력은 심오한 것이다. 캘린더를 의미하는 '역(曆)'은 주역의 '역(易)'과 역사의 '역(歷)'과도 상통한다. 달력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달력이 모아지면 역사가 된다. 달력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달력은 1주일은 7일, 한 달 30일, 1년 12달의 규칙적인 반복주기를 갖고 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의 장점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1년 중에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 그리고 동지와 하지를 예측할 수 있다. 달력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은 '회귀(回歸)'의 사상이다. 그래서 달력을 보고 언제 회귀가 이루어질 것인지, 언제 같은 사이클이 반복될 것인지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동양에서 육십갑자로 구성된 만세력(萬歲曆)을 보고 사주팔자를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한자문화권의 역사주기는 소강절이 정립한 원회운세(元會運世) 개념이다. 1원(元)은 12만9600년 주기이고, 1회(會)는 1만800년, 1운(運)은 360년, 1세(世)는 30년 주기이다. 한자권에서는 가장 큰 주기가 12만9600년마다 오는 것이다.
마야력은 360일을 1툰(tun), 7200일을 1카툰(katun) 이라 하고, 14만4000일이 1박툰(baktun)이다. 13박툰에 해당하는 187만2000일(5125.36년)을 하나의 거대한 주기로 간주했다. 마야력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원전 3114년 8월 11일부터 제1박툰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월드쇼크 2012', 155쪽). 그리하여 13박툰이 끝나는 날이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187만2000일, 즉 13박툰이라는 마야력의 거대한 주기가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고 보았다.
인구에 회자되는 2012년 종말론은 바로 이 계산법에서 나왔다. 그러나 영겁회귀(永劫回歸)의 우주관에서 볼 때 종말은 없다. 한 주기의 끝은 새로운 주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회갑(回甲)이 되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인가? 회갑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아니던가. 12월 말일 다음에는 새해 첫날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달력이 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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