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막걸리가 독이 될 때
바야흐로 막걸리가 대세이다. 예전에는 추억을 떠오리며 가끔 한두 사발 들이키던 막걸리가 으레 술자리 1차에서 흔히 선택되는 주류주류(主流酒類)로 올라섰다. 편의점 판매추이에서도 위스키를 제치고 ‘빅 3’ 가 된지 오래이고 일부 백화점에서는 맥주마저 눌렀다. 전체적으로 다른 주류들이 불경기 탓으로 소비가 줄거나 정체된 반면 막걸리 판매량은 작년에 비해 40%늘었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최고 히트상품으로 손세정제나 마스코등과 함께 막걸리를 1위에 선정하였다. 가히 ‘막걸리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막걸리가 이토록 사랑을 받은데에는 쌀소비 촉진 운동 못지 않게 신종플루 유행으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다. 발효식품인 막걸리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부지불식중에 퍼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막걸리 열풍은 자칫하면 국민건강을 해칠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수 없다. 소주나 맥주의 소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막걸리 소비량만 급격하게 늘어났으니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주류 섭취량이 증가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나를 찾은 우 강남(가명)씨는 막걸리 열풍의 숨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우씨는 며칠 전부터 심한 피로와 두통을 호소하였다. 영업직인 그는 11월달부터 시작된 이른 송년회와 비즈니스 관련 미팅으로 일주일 내내 술을 먹고 있었다. 게다가 주말에는 골프 약속 등이 빼곡히 잡혀 있어 그의 알코올 생활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지방간이 있었던 김씨는 비교적 술을 조심해서 마시는 편이었다. 연말의 잦은 술자리 때문에 고민하던 그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올해부터 대세주로 등장한 막걸리였다.
막걸리가 몸에 좋다고 믿은 그는 가끔 비즈니스 술자리가 끊기는 날이면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 집을 찾곤 했다.
우리 센터에서 진행한 검사에서 초음파상 지방간의 정도는 좀더 심해졌으며 간기능혈액검사(GOT/GPT)는 술섭취로 인해 상승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요즘 술을 많이 드셨군요. 조심하시지 그러셨어요?” 라고 했더니 그는 다소 당황스런 표정으로 반론을 폈다. “그래서 요즘 몸에 좋다는 막걸리를 주로 먹었는데요.”
“막걸리가 좋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다 그러지 않습니까?”
“어디에 좋다고 하던가요?”
“거, 웰빙주라고, 면역력에 좋다고…”
“간에도 좋다고 하던가요?”
“………”
막걸리에 대해 무한신뢰를 가졌던 그는 하루에 네다섯 대접을 비우기 십상이었다. 이전에 그의 주종이었던 소주나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에 비해 막걸리는 도수가 낮으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술 속에 들어있는 알코올 용량을 계산하는 공식에 따르면 보통 막걸리 200cc, 즉 1대접이 12g의 알코올, 즉 알코올 1단위를 함유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알코올 2단위 이상을 먹으면 문제음주이고 5단위 이상을 먹으면 폭음이므로 그는 거의 매일 폭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건강하게 막걸리 마시는 법
물론 그의 간이 악화된 것은 막걸리를 주종으로 선택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의 막걸리 먹는 방식과 더불어 전체적인 술 먹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첫째, 결과적으로 차수가 늘어났다. 1차를 막걸리로 먹었으니 ‘2차부터 본격적으로 먹어보자’ 하면서 2차를 소주나 소맥으로 도수를 높였다. 그리고 마지막엔 어김없이 맥주나 양주로 연결되었다. 즉 기존의 먹던 술도 그래도 먹으면서 막걸리까지 많이 마셨으니 그의 알코올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양이 늘었던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는 막걸리를 먹기 때문에 건강하게 음주한다’ 는 착각 속에 빠져 지냈던 것이다.
둘째, 막걸리를 폭음하였다. 막걸리를 지나치게 신뢰한 댓가는 폭음으로 이어졌다. 그가 몸에 좋다고 믿었던 막걸리가 거꾸로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1차의 평균 5대접만으로 이미 폭음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었다.
셋째, 술자리 횟수를 늘렸다. 그전 같으면 간혹 술휴일을 가졌던 그에게 막걸리가 면죄부가 되었다. 그가 막걸리가 몸에 좋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의례 쉬어주어야 할 날에도 술자리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술먹는 자리의 빈도는 더욱 늘어났다.
우씨가 마지막으로 물었다.“선생님, 머리는 왜 아픈 것이지요?”
우씨의 두통에는 막걸리 과음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개 색이 있을수록, 탁도가 높을수록 대사 후 분해산물로 인해 숙취가 더 심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에게 막걸리 건강하게 마시기 처방을 내렸다. 당분간 지금의 술자리의 반을 줄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차수 역시 줄이고 10시 이전에는 반드시 끝내라고 하였다.
그는 일주일 후 방문하였다. 이틀 먹고 하루 쉬는 식으로 술 휴식을 성실하게 수행하였으며 막걸리를 마시는 1차로 술자리를 끝냈다고 했다. 물론 막걸리는 하루 2대접 이내로 줄였다. 죽을 정도로 그를 노곤하게 하였던 피로감은 어느새 많이 사라졌으며 두통 역시 없어졌다고 하였다.
<막걸리 건강하게 마시기>
1. 막걸리는 술이지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2. 하루에 두 대접(400cc)이상을 마시지 말라.
3. 큰 대접보다는 작은 대접이나 그릇에 따라 마셔라.
4. 소주에 비해 약하다고 원샷하지 말고 끊어마셔라.
5. 마시고 반드시 2-3일은 쉬어라.
6. 마시면서 중간 중간 물을 많이 마셔라. 희석시키는 효과와 더불어 술 마시는 양을 줄이고 술을 마시는 시간도 단축시킨다.
명심하라. 막걸리도 술일 뿐이다. 건강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애국심과 전통주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물론 건강하게 마신다면 막걸리는 건강주(酒)로서, 훌륭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될수 있을 것이다. 열풍이 불기 시작한 막걸리를 약으로 만들 것인지, 독으로 전락시킬 것인지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 과유불급,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은 ‘9988234’ 의 영원불멸한 시크릿이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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