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 막걸리 5德 |
막걸리를 달리 모주(母酒)라고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이 담겨 있다. 조선조 광해군 5년(1613) 6월. 소북파와 대북파 간의 피비린내 나는 당파 싸움으로 인목대비의 친정아버지 연흥부원군 김제남이 생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선조의 계비 인목대비는 서궁에 유폐되고 친정어머니 부부인(府夫人) 노씨는 제주도에 유배됐다. 하루아침에 유배인 신분으로 내몰린 부부인을 봉양하기 위해 시녀는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내다 팔았다. 그 소문이 돌자 지역 주민들이 줄을 서서 사 마셨다. 나중에 부부인이 복권된 뒤 그곳 사람들은 부부인을 기려 그 막걸리를 모주라고 불렀으니, ‘국모(國母)의 술’이란 뜻이다. 유배간 부부인의 생계를 이어주기도 한 막걸리는 다섯 가지 덕, 즉 ‘오덕(五德)’으로 예찬받는다. 허기를 면하게 해주니 일덕이요, 취기를 심하지 않게 하니 이덕이며, 추위를 덜어 주니 삼덕이다. 게다가 힘들지 않게 일하라고 기운을 북돋워 주고, 용기가 없어 평소에 못하던 말을 하게 하여 의사를 소통시켜 주니 사덕과 오덕이다. 특히 ‘잘살기운동’을 벌이던 시절의 막걸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철을 이용해 마을 안길을 넓히고 농로를 확장하는 일은 마을의 공동 작업이었다. 가가호호 한두 사람씩 나와 리어카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작업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막걸리의 힘이 있었다. 양조장에서 배달해온 두말들이 술통을 둘러싸고 서서 한잔씩 기울이는 막걸리야말로 ‘오덕’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지금 막걸리 인기가 가위 천정부지다.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양조 기술이 좋아져 많이 마셔도 두통이 없어서인지 너도나도 막걸리를 찾는다. 수요자가 늘면 공급자도 늘게 마련. 식당과 동네 가게뿐 아니라 백화점에서도 판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과 떫은맛에다 신맛과 쓴맛이 조화를 이루고, 감칠맛과 시원한 맛이 난다. 그 막걸리가 ‘저탄소 친환경상’을 받는다니 오덕에다 덕을 하나 더 보태 육덕이 됐다. 송년 모임에 바쁜 애주가들이 잊지 말 것은, 비록 알코올 도수 낮은 막걸리라도, 그 덕이 여섯 가지 아니라 열 가지라도 몸은 과음을 싫어한다는 사실. [[황성규 /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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