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는 아버지 진평왕이 사망한 뒤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으로 등극한다. 드라마 속에서 진평왕의 사인은 다름 아닌 진심통(眞心痛)이다.
동의보감은 진심통에 대해 ‘아침에 발작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발작하면 아침에 죽는 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심통은 바로 협심증,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이다. 진평왕의 생명을 위협했던 심혈관질환은 천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혈관 내 지질이 축적돼 좁아진 혈관을 혈소판 덩어리인 혈전(피떡)이 막아 혈관이 점진적으로 막히게 되는 것이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다. 2007년 심혈관질환으로 인구 10만 명당 103.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의 특징과 예방법을 오륜(五倫)으로 풀어봤다.》
■ 부부유별(夫婦有別)
심혈관질환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40, 50대 남성과 50, 60대 여성에게 발병해 성별에 따라 발병 시기에 차이를 보인다. 이는 남녀 간 생활습관 차이와 폐경 이후 여성의 여성 호르몬 감소 때문이다.
40, 50대 남성의 경우 직장생활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습관, 여성에 비해 높은 흡연율, 잦은 음주가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높은 사회적 스트레스 역시 복부지방을 증가시켜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높인다.
반면 여성은 폐경 시기와 관련이 깊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 에스트로겐은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낮춰주고 당뇨의 진행을 막아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감소시킨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협심증으로 입원한 여성의 93.2%가 폐경기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장유유서(長幼有序)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3~2007년 조사한 결과 심혈관질환은 40대부터 급격히 증가한다. 심장질환은 40대 이상 환자가 전체 환자 수의 93.6%, 뇌중풍(뇌졸중)은 96.1%를 차지했다. 즉 심혈관질환 환자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것. 40대가 되면 음주, 고콜레스테롤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을 꼭 고쳐야 한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당뇨, 흡연, 비만이 있는지 확인하고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 부자유친(父子有親)
심혈관질환에는 가족력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 중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장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두꺼운 가족력이 있는 경우 비후성 심근증이 있을 수 있다. 비후성 심근증은 협심증과 악성부정맥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일으킨다.
또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중 하나인 비만도 가족의 영향이 큰 편이다. 영국 플리머스 페닌슐러의대 연구에 따르면 엄마가 비만일 경우 딸이 비만일 확률은 10배나 높았고, 비만인 아빠가 비만인 아들을 둘 확률은 6배가량 높았다. 비만인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2, 3배 높고, 당뇨와 고지혈증의 경우는 각각 3배 이상 높아진다.
■ 붕우유신(朋友有信)
심혈관질환은 친구들끼리 닮는다.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과는 식습관과 흡연 음주 습관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고콜레스테롤 식품을 즐겨 먹거나 흡연, 과도한 음주는 심혈관질환의 지름길이다.
흡연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을 2∼4배 증가시킨다. 흡연으로 혈관 내벽이 손상을 받게 되고 콜레스테롤이나 다른 불순물이 달라붙어 동맥이 좁아지거나 혈관벽을 딱딱하게 만들어 심장질환이나 뇌중풍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장기간 과음은 심근경색, 뇌중풍을 유발하고 폭음은 알코올성 심근증의 원인이 된다. 또 혈중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고혈압, 심장병, 뇌동맥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 군신유의(君臣有義))
전문의와 환자 간의 신뢰가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에 중요하다. 심혈관질환을 적절히 관리하려면 전문의의 권고사항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심혈관질환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판단해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물 복용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기존 질병과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대해 상담하고 권고사항을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 당뇨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이라면 혈전의 생성을 억제해 주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혈액을 응고시키는 혈소판의 응집을 차단해 기능을 저하시키고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다양한 연구와 오랜 임상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으나 본인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스피린의 특성상 지혈을 막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매일 한 알씩 장기간 복용해야 하므로 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장에서 용해될 수 있도록 특수 코팅된 바이엘의 아스피린 프로텍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진한 기자 · 의사 likeday@donga.com
기사입력 : 2009-11-25 03:00:00 / 기사수정 : 2009-11-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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