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유전' 운동 열심히 하면 줄일 수 있어
-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 질병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당뇨병(제2형)이며 본인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20대와, 당뇨병이 없는 부모를 뒀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20대 중 누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을까? 결과는 유전보다 운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철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연세대 의대 남학생 20명(평소에 운동을 안 함)과 한국체대 수영전공 남학생 12명(매일 운동함)을 선발해 4그룹으로 나눴다. A그룹은 의대생 중 부모가 당뇨병인 사람, B그룹은 의대생 중 부모가 당뇨병이 아닌 사람, C그룹은 부모가 당뇨병인 체대생, D그룹은 부모가 당뇨병이 아닌 체대생으로 구성했다.
이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은 부모가 당뇨병이면 자식도 걸릴 가능성이 2~3배 높을 정도로 유전 요인이 강하다"며 "이번 연구로 운동이 당뇨병의 유전 요인을 얼마나 상쇄시켜 주는지 알아봤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네 그룹을 대상으로 향후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를 알아보는 '인슐린 저항성 검사'를 실시했다. 인슐린 저항성 검사는 공복 상태에서 2시간 동안 정맥에 인슐린을 주사해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저항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검사다. 저항성이 높을수록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다.
실험 결과, B그룹과 C그룹 사이에 흥미로운 연관성이 발견됐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고 꾸준히 운동하는 체대생(C그룹)이 가족력이 없고 운동하지 않는 의대생(B그룹)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낮게 나온 것(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낮음). 당뇨병 위험을 알아보는 다른 검사인 말초 조직의 포도당 이용률 조사에서도 C그룹이 B그룹보다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낮게 나왔다.
한편, 전체적으로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높은 군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부모가 당뇨병인 A그룹이, 위험이 가장 낮은 군은 운동을 하면서 부모가 건강한 D그룹으로 나타났다.
송영득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공동연구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자신이 당뇨병이더라도 자녀에게 꾸준한 운동을 시키면 유전 요인에 따른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땀이 약간 날 정도인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주 3회 정도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