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주(酒)자를 보면 삼 수()와 유(酉)자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 고대에는 이 ‘유(酉)’자의 모습이 술 그릇을 의미하였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유(酉)는 단지의 형상이기도 하다.
또한 유(酉)는 10번째 지지(地支)이다. 즉 음력 8월을 가리킨다. 8월은 곡식이 익어서 수확하는 시기이다. 익은 곡식에다가 물()을 부으면 술(酒)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주역을 들여다보면 64괘 중에서 마지막 64번째 괘인 ‘화수미제(火水未濟)’ 괘가 술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미제사건(未濟事件)이라고 한다. 그렇듯이 화수미제 괘는 그야말로 미제(未濟: 건너가지 못함)를 상징한다.
달리 말한다면 전반전의 마지막 괘가 화수미제이다. 이 화수미제 괘의 마지막 효를 보면 ‘유부우음주(有孚于飮酒)면 무구(无咎)어니와’라고 되어 있다. “술을 마시는 데 적절히 마시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해석하면 전반전에서 후반전으로 건너갈 때 술을 마시면서 건너가야 하는데,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핵심은 한 과정에서 다른 과정으로 건너갈 때 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적당한 술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얽힌 것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주역의 천재였다는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은 화수미제를 설명하면서 “술- 잘- 먹었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이때 야산의 술 잘 먹었다는 말의 본뜻은 동양의 전통 종교인 유·불·선 삼교와 서쪽에서 들어온 기독교의 화합을 의미한 것이라고 한다.
유·불·선 삼교(三敎)는 3이니까 삼 수()이고, 유(酉)는 방향으로 따지면 서쪽 방향에 해당하니까 기독교로 해석한다. 야산이 볼 때 주(酒)는 동양 삼교와 기독교의 화합이고, 이 주(酒)를 화수미제 괘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넘치지 않게 적당히 잘 마셔야 한국이 다음 세기(世紀)로 잘 넘어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동서 종교의 화합과 공존은 한국에서 이룩된다는 예언이었다. 그동안 야산주역(也山周易)의 맥을 이어왔던 수제자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선생이 은퇴하고, 이번 4월부터는 대학로 흥사단에서 그 손제자가 강의를 계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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