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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보졸레 누보’

라이프(life)/술

by 굴재사람 2009. 11.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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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보졸레 누보’

 

요즘 술 업계의 화두는 ‘막걸리 르네상스’입니다. 올들어 불기 시작한 막걸리 돌풍은 이달 들어 국산 햅쌀로 만든 ‘막걸리 누보(nouveau•새로운)’가 나오면서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11월 셋째주 목요일(올해는 19일)에 지구촌에 동시에 출시하는 그 유명한 ‘보졸레 누보’도 막걸리 위세에 눌려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포도주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맘 때면 보졸레 누보가 비행기로 공수되어 맛을 본다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내 10여개의 막걸리 업체들은 ‘햅쌀 막걸리’를 보졸레 누보를 선보이는 19일에 맞춰 맞불을 놓았습니다. 특히 점포마다 생막걸리 매장을 차리고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이달 6일부터 예약을 받았는데 지난달 26일부터 부킹이 시작된 보졸레 누보 예약 물량의 3~5배를 웃돌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특히나 막걸리업계는 ‘유행 1번지’인 서울 강남에서 막걸리가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고무되었다고 합니다. 보졸레누보는 수요가 2005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50%씩 격감하여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부르고뉴 와인을 주로 수입하는 업체들은 받을 수도 그렇다고 안받을 수도 없고 해서 계륵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보졸레 누보는 ‘막걸리 바람’에 한 마디로 ‘맛’이 갔다고나 할까요. 막걸리 열풍에 판매가 급감한 보졸레 누보는 어떠한 포도주이고 왜 고개를 숙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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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 술의 트렌드인 막걸리 -

 

보졸레 누보는 수확에 관계없이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전세계에 동시 출시되는 포도주입니다. 1982년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호주에 붐을 일으켰으며 1985년엔 일본, 1990년에는 한국에도 진출한 바 있습니다. 한때 한국의 와인 열풍을 주도한 촉매제로 품귀현상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은 말할 것도 없고 뒷골목 편의점에서도 판매되었을 정도이니까요.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부르고뉴에 있는 보졸레 지역에서 해마다 9월에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 가메이(Garmay)라는 포도품종을 2개월 정도 숙성시킨 뒤 출시하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햅쌀이나 겉절이 김치처럼 신선하고 상큼한 맛이 생명이라 그 다음해 3월 이전에 되도록이면 크리스마스를 넘기지 않고 마시는 게 특징입니다. 보르도 등 프랑스 와인은 일반적으로 6개월 이상 숙성시킵니다. ‘누보 데이’는 1938년 지역 축제였던 것이 1951년 공식적으로 프랑스의 파리지앵들이 노스탤지어를 자극하여 ‘보졸레 누보 데이’로 지정되었으며, 당시 셋째주 목요일이었던 11월 15일 첫선을 보인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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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기가 갈수록 시들어지는 '보졸레 누보' -

 


엄청난 붐을 타고 1985년부터는 지금과 같이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출하하면서 ‘전세계 동시 공급’이라는 마케팅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백포도주처럼 되도록 차갑게 마시며 치즈나 햄과 잘 어울립니다. 수확철에는 4만명의 일꾼들이 6200만평에서 나오는 햇포도를 수확한다고 합니다. 보졸레 지역의 기후는 한해 내내 따뜻하며 흙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포도 특유의 과일향기와 꽃향기가 가득합니다. 싱싱하고 신선한 포도주를 만들어 전통적으로 보졸레에서는 그 해의 포도로 갓 생산된 포도주를 포도주 통에 바로 부어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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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햅쌀로 빚은 '막걸리 누보' -

 


올해 보졸레 누보는 와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작황이 좋아 알코올 도수와 산도가 균형감이 뛰어나 이례적으로 장기 보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 빈티지는 역대 최고의 빈티지인 1949년과 2005년 산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10년 후에도 2009년산 보졸레 와인을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평가입니다. 프랑스 와인 관계자들은 “2009년산은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빈티지”라면서 “아름다운 블루베리 빛의 깊은 색과 강렬하고 풍부한 아로마, 그리고 둥글고 부드러우면서 짜임새 있는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고 소개했습니다. 보졸레 누보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는 ‘조르쥐 뒤뵈프 보졸레 누보’입니다. 세계적 명성에 걸맞게 이 와인은 국내에서도 지난해 수입된 7만여병이 모두 판매되었고, 올해도 사전예약 판매로 물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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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졸레 누보와 햅쌀 막걸리누보 -

 


그러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국내에서는 ‘와인에 대한 실력’과 ‘입맛이 고급화’된 웰빙족들이 늘어나면서 보졸레 누보를 외면하고 판매가 해다마 격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언론들도 “설익은 맛으로 깊이나 향기를 본격적으로 느낄 수 없는 포도주”라는 싸늘한 시각으로 보도하면서 더욱 보졸레 누보의 퇴조를 은근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러자 보졸레 누보 수입업체들은 올해는 음악과 패션, 문화를 접목하여 출시하여 변신에 나섰습니다. 한국에서는 매력을 잃었지만 보졸레 누보는 다른 나라에서는 기복이 없이 예년 수준의 판매를 기록하고, ‘떠오르는 신세계 와인시장’인 중국에서는 30~50% 판매가 늘어날 정도입니다. ‘막걸리 열기’ 앞에 점점 초라해지는 보졸레 누보는 세월무상을 느끼게 할 정도로 국내에서 부흥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국내의 술꾼들은 한번씩 맛 보았을 이 ‘프랑스산(産) 햅쌀 포도주’는 지금 한국에선 인기가 시들해져서 와인 애호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만 11월 셋째주 전세계 와인마니아를 설레게 했던 ‘보졸레 누보의 대부(代父)’ 조르쥐 뒤뵈프의 마케팅 실력은 우리 막걸리 업체들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조지

 - 보졸레 누보의 대부인 조르쥐 뒤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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