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돗자리와 신문지 몇 장을 깔고
음식을 늘어놓았다. 한 여자가
야외용 가스버너로 고기를 굽는다.
서너 명의 남자와 여자들은
입이 터져라 상추쌈을 밀어 넣는다.
서너 살 된 아이들은 그 언저리에서
풀숲을 헤치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누군가 소리 없이 일어나 찍은 사진 한 장
낡은 앨범 속에 누워 있다가
방바닥에 떨어져 나뒹군다.
(아, 그래. 이런 시절이 있었군.)
멈춰진 시간에 묻혔던 사람들이
애매한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다.
한때는 다정했던 사람들.
지금은 아득한 거리의 사람들.
- 박지영의《세월》(<귀갑문 유리컵>)에서 -
* 무릉도원은 저 먼 구름 위에 있지 않습니다.
풀밭도, 논두렁도 좋습니다. 왁자지껄한 식당도 좋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다정한 사람들이 음식을 놓고 빙 둘러앉은
그 자리가 무릉도원입니다. 입이 터져라 상추쌈을 밀어
넣으며 웃음짓는 바로 그 순간이 무릉도원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피부가 마르고 주름이 깊어져도
변함없는 따뜻함으로, 간절한 그리움으로 만나
웃음짓는 그 자리에 행복은 찾아와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