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달
지구는 다른 행성에 비해 유달리 큰 달을 갖고 있다. 태양계 다른 행성의 달은 행성보다 훨씬 작지만 우리 지구를 도는 달은 크기가 지구의 약 4분의 1이나 된다. 45억 년 전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달은 38만4400여㎞ 거리를 유지하며 29.5일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돈다. 공전을 하는 그동안 정확히 한 바퀴씩 자전하도록 고정됐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밖에는 볼 수 없다.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이 없었더라면 인류의 문명은 생각할 수도 없다. 우선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없어질 것이고, 바다에서 탄생한 생명체가 뭍으로 오를 수도, 지금처럼 다양하게 진화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금처럼 달이 있음으로 해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지구 표면의 바람이 약해졌고, 덕분에 우주에서 아주 드물게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 달이 있는 덕분에 지구의 자전축이 안정하게 유지되고, 지구의 기후가 큰 변동 없이 일정하게 유지됐다는 것이다.
달은 훗날 지구상에 등장한 인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문명이 탄생하기 전부터 여성들은 월경 주기와 달의 주기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은 여성에게 시간의 주기성을 깨닫게 했고, 미래를 준비하는 능력을 제공했다. 이는 다시 태음력을 만드는 것으로, 문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레너드 쉴레인, 『자연의 선택-지나 사피엔스』).
이 과정에서 달은 종교가 됐다. 이집트 사제들은 달을 우주의 어머니로 숭배해왔다. 달은 이집트의 이시스(Isis)부터 그리스의 다이아나(Diana), 로마의 아르테미스(Artemis)와 잉카의 퀼라(Quilla)에 이르기까지 여러 여신을 상징한다. 이슬람력(헤지라력)으로 아홉 번째 달인 라마단(금식월)도 초승달, 즉 달을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종교 행사다. 마호메트가 코란을 계시받은 달을 기념하는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물을 마시는 것도 금지된다.
20일로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밟은 지 꼭 40년이 됐다. 더 이상 달을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해를 가려 일식을 만드는 달에서 신비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발사를 앞둔 국내 최초의 로켓 나로호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 보내기 이벤트도 첨단 과학시대와 공존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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