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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록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9. 6. 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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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신록


♡ 신 록 ♡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 번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보성 녹차밭의 신록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밭에
바람 속에 떨어져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서정주 (徐廷柱) 』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徐廷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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