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는 그 넓이가 남한 면적의 겨우 0.6%에 불과하지만,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인구만 해도 천만이 넘으며, 주변의 위성 도시로부터 드나드는 사람을 합치면 일천오백만 명을 넘어선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살고 있는 초대형 도시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다 보면, 신갈 분기점부터는 양쪽으로 고층 아파트가 정말 끝도 없이 한도 없이 늘어서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새 아파트 분양 광고를 볼 것 같으면, 예외 없이 서울 시내까지 몇 분 내로 진입하는 근린생활권이란 선전이 등장한다. 이 모두 서울의 엄청난 흡인력(吸引力)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좁은 지역에 밀집하여 바글대며 살고 있으며, 아침이면 기를 쓰고 서울 시내로 진입하기 위해 난리들일까?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울이란 곳이 그만큼 먹고살기가 좋기 때문이며, 서울에 들어와야만 돈벌이가 가능한 탓이다.
그렇기에 서울에 살다가 나중에 서울을 벗어나 살 수 있는 힘(원심력)을 지닌 이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으며, 기인이사(奇人異士)에 진배없다고 하겠다. 그만큼 서울특별시는 하나의 거대한 인력(引力)덩어리라 할 수 있다. 아홉 개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 듯이 대한민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가는 것일까 자문해 보곤 한다. 물론 필자는 그 답을 알고 있지만, 워낙 경이로워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하는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사람이 먹고사는 길에 대한 것이다.
사람의 먹고사는 방법을 크게 나누면 직장을 다니면서 급여를 받는 방법과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방법, 즉 장사를 하는 방법이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농수산업의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비중이 대단히 적어져 버렸다. 따라서 직장형과 사업형으로 나누는 데 있어 별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직장형이란 옛 말로 하면 문도(文道)이고, 사업형은 무도(武道)에 속한다. 예전에는 소위 펜대를 굴리며 월급 받는 것만을 문도로 여겼으나, 이 또한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펜대를 굴리는 일, 즉 사무직이 생산직과는 달랐지만 이 또한 산업사회에서의 구분이고, 오늘날처럼 모두가 지식 노동자가 되어버린 세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보화 사회인 것이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고등학교를 가면 소위 인문계냐 이공계냐를 놓고 고심하지만, 그보다는 장차 자녀가 직장을 다닐 타입이냐 아니면 사업을 할 타입이냐를 일찍 파악해주는 것이 자녀의 인생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 즉, 문도를 갈 것이냐 무도를 갈 것이냐를 잘 정하는 것이 삶을 보다 윤택하고 보람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직장에 다닐 타입과 사업을 할 타입은 그 사람의 성향이 기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직장에 다닐 유형의 사람은 기본적으로 온건하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다. 반면 사업할 유형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진취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를 명리학에서는 관인상생(官印相生)형과 식상생재(食傷生財)형으로 분류한다.
직장형, 즉 관인상생(官印相生)형이란 명리학의 용어로서 자기통제를 주관하는 관(官)의 기운과 자신을 주장하기보다는 타인의 생각이나 주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인수(印綬)라는 기운이 다른 기운에 비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관운이 좋은 사람’이란 말을 하는데, 그 관운이란 바로 여기서 말하는 관(官)으로서 결국 자기 통제가 뛰어난 사람이란 뜻이고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조직 관리에 능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유순하여 조직내의 정치 상황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에 속하는 사람의 직업 유형으로서 공무원, 직장인, 학자, 연구직 종사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이 분류에 속하는데, 농부나 어부들은 기본적으로 유순한 사람들인 것이다.
사업형, 즉 식상생재(食傷生財)형은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타인에게 주장하는 식신(食神)이나 상관(傷官)이라는 기운과 재물에 대한 집착을 주관하는 재(財)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유형의 대표 격은 사업가이며, 상점을 경영하는 사람이나 프리랜서형의 전문가, 나아가서 예술가나 탤런트, 배우 등도 여기에 속한다. 정치가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지닌 재주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먹고사는 유형인데, 명리학 용어로 식상(식신과 상관을 줄여 부르는 말)의 기운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성격은 결국 관인상생형과 식상생재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성격의 유형은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순 없지만, 문제는 관인상생형의 사람이 사업을 할 때와 식상생재형의 사람이 직장을 다닐 때 발생한다. 소위 다른 물에서 놀게되면 괴로워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에는 직장을 다니게 된다. 성향이 사업형의 사람일지라도 처음부터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데 이는 직장이 학교에서 는 결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막말로 동네에서 호프집을 하려고 해도 그 방면에 어느 정도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직장을 다니면서 그 사람의 먹고사는 기본 골격이 정해지게 된다. 이런 면에서 청년 실업은 대단히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며, 크게는 나라의 성장력을 좀 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직장에서 배우게 되는데, 직장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그 젊은이는 사회성을 결여한 사회적 유아(幼兒)로 남게 되어 발달이 중지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성이란 대인관계 능력뿐만 아니라, 사냥하는 기술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가 장시간 방치되면 어디에 가서 먹이를 구할 수 있는지를 모르게 된다. 그나마 학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아무 데서나 닥치는 대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살겠지만, 고학력 실업자라면 더더욱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른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은 직장형(관인상생형)이든 사업형(식상생재형)이든 상관없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정석이다. 사회 출발 당시의 직장이란 곳은 급여의 많고 적음보다 세상이 어떤 곳이라는 것, 사냥을 어디서 해야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중요한 학습장소이기에 중요하다.
사람이 자신의 길을 정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시기는 직장 경력 7년 차가 가장 적당하다. 그 정도 시기가 되면 자신이 직장형인지, 사업형인지를 대강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직장 출발이 남자의 경우 28세 정도이므로 35세 무렵에서는 자신의 길이 문도인지 무도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직장형이 아니라 사업형이다 싶어서 그렇다고 35 세가 되면 무조건 사표를 쓰고 사업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조건 사표는 무작정 상경이나 같은 것이어서 엄청 고생을 할 수 있으므로 그 때부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라는 얘기다.
자신이 사업형인지 직장형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분을 위해 참고로 얘기하면, 직장에서 자신의 직능이 영업직이면 사업형으로서의 가능성이 큰 것이고, 일반 관리직이라면 직장형이라 봐도 별 무리가 없다. 물론 영업직에 있으면서 전혀 맞지 않다 싶으면 그 회사의 인사관리가 잘못된 것이고, 관리직에 있으면서 적성이 맞지 않는다 싶어도 그런 것이다.
영업직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불평불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성향이 식상생재형이라 진취적이고 욕망이 강한 탓이다. 관리직 사람이 불평불만이 많으면 그것은 잘못된 경우가 더 많은데, 흔히 말하는 고위직급으로 승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직장형이냐 사업형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먹고사는 방법에 관한 문제라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다소 자신이 사업형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웬만하면 직장에 남는 것이 더 편한 길이라는 것 또한 강조해둔다. 그럴 경우, 높은 위치로까지 승진이 어렵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급여를 받을 수 있으면 그것이 더 좋은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그것은 사업형을 무도(武道)라고 하는 까닭을 알고 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무도란 기본적으로 싸우면서 먹고사는 길이다. 다시 말해 전쟁을 하는 무사들의 길인 것이다. 내가 먹지 않으면 저쪽이 먹어버리는 곳이 사업의 세계이다. 기본적으로 약육강식과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 바로 사업 세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선진사회의 기준을 무도(武道), 즉 사업의 세계가 어떤 풍토를 지녔느냐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무도란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지만 최소한의 도덕적 룰이 존재하느냐 아니면 보다 원시적인 공간이냐가 바로 선진사회의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사업가가 탈세를 기본으로 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다반사라면 그 사회는 후진 사회이고, 반대로 그런 부정행위가 별로 없는 사회라면 선진사회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후진사회에 속한다. 후진사회를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장 먹고사는 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야말로 백년하청의 우를 범하는 것이고 남의 웃음을 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자신이 사업형이라 판단된 다 해도 사업의 세계란 기본적으로 약육강식의 정글이고, 더욱이 우리 사회는 후진 사회라는 점을 깊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의 운명을 놓고 상담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상담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이다. 많은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이 오셔서 사표를 내고 사업을 할 까 하는데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이럴 때는 필자 역시 등골이 오싹해짐을 언제나 느끼며 상담에 응하게 된다. 필자 역시 최대한 날을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장래를 좌우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혹여 틀린 판단을 할 까봐서 두려운 바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일견 사업하면 성공할 사람이라 판단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애매하다. 식상생재형, 즉 사업형이라 판단되더라도 또 다시 정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의 세계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winner takes all-곳이어서 판단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사업을 한다 해도 타이밍의 문제가 또한 중요하기에 그 사람의 타고난 명(命)과 맞이하는 운(運)을 면밀히 검토하여 말해주어야 하는 일이기에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IMF 이후, 직업적 안정성이 크게 떨어져버렸고, 툭하면 구조조정이다 감량이다 하는 풍토가 유행하고, 노조는 이에 대항하여 더욱 전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나마 살벌한 분위기의 완충공간이던 농사마저 머지 않아 곡물시장 개방으로 거의 사라져버릴 지경이다. 예전에는 ‘사업하다가 안 되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 하는 허풍이 그래도 통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어림없는 얘기다.
말인즉 좋아서, 우리 농사가 구조 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할 뿐, 가까운 장래에 WTO가 진전되면 그 좋던 가을의 황금 들녘마저 사라져버릴 것이고, 대한민국은 서울과 몇몇 거대도시, 그리고 농사도 짓지 않는 자연으로 구획 정리가 될 것이니 그저 세상변화를 한할 뿐이다.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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