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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와 형(形)에 대하여

라이프(life)/명리학

by 굴재사람 2009. 4. 7. 09:02

본문

기(氣)란 무엇인가? 

  
기란 어떤 움직임, 즉 동적(動的)인 그 무엇을 말한다. 그런 움직임이 지극히 미미한 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그 무엇의 기미(機微)가 있다고 한다. 움직임의 미세한 징조만 감지되기에 '미(微)'란 글자를 붙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인체 내에 존재하는 기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느라 이따금씩 부산을 떨지만, 그런 시도는 종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기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신적인 것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물질'의 반대말이 반드시 '정신'은 아닌 것이다. 물질을 정신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서구적 이원론(二元論)의 영향일 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기(氣)와 대치되는 개념은 형(形)이다. 기(氣)가 구체화되면 모습, 즉 형(形)을 띄우게 된다. 다시 말해 기가 응결되면 형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체의 기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고 해도 우리 몸속에는 구체화된 형만 보이지, 움직임으로만 존재하는 기를 붙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체를 들여다보면 혈관이나 조직, 그 속을 흐르는 혈액이나 림프액만 보이지 기는 보이지 않는다.
  
인체의 기란 이런 것이다. 혈액이라는 형으로 나타나기 이전의 어떤 움직임, 뼈로 생겨나게 만드는 기운, 조직으로 응결되게 하는 움직임, 그런 모두를 기라고 하는 것이다.
  
인체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형이며, 그런 형들을 띄우게 하는 동적인 힘이 바로 기(氣)이기에 그것은 물질적이지 않다. 물질은 오로지 형으로서만 파악되기 때문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구체적인 예를 들기로 한다.
  
우리 몸속의 혈액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그리고 혈장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형들로서 그 작용과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 중에서 적혈구는 우리 몸의 산소 출입을 위해 진화발전된 것이다.
  
이것을 기와 형으로 설명하면, 산소를 실어 나르게 하는 힘이 기(氣)가 되고, 그것의 구현이 적혈구라는 형(形)으로 되어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진화 발전 과정에서 적혈구라는 것이 혈액 속의 다른 물질이나 또 체내의 여타 조직과 아무런 마찰이나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가령 백혈구는 체내의 이물질을 공격하는데, 적혈구를 진화의 초기에는 체내에 침투한 적군으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백혈구와 적혈구가 사이좋게 혈관 속을 흘러 다니게 만든 작용력 또한 기의 발현이고 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기란 신비한 그 무엇이 아니라, 사물이나 현상을 보다 더 잘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일 뿐이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형태를 지니기 이전의 방향성 있는 움직임을 기(氣)라 하는 것이고 그것의 구체화를 형(形)이라 하는 것이 사물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를 촉진할 수 있기에 형성되어진 개념들인 것이다.
  
  

이제 기(氣)와 형(形)에 대해 그 대략의 윤곽을 잡았을 것이다.
  
앞서의 설명처럼 세상은 어떤 형이 나타나기 이전에 기가 존재하고, 그것이 구체화되면 형으로 나타나는 것의 부단하고도 끊임없는 순환과정이다.
  
예를 들면, 어느 왕국에 반역이 일어났다고 하자. 반역은 형(形)이다. 그렇기에 그 이전에 반역을 향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니 그것이 반역의 기(氣)가 된다. 그리고 그 반역의 가장 미미한 단계에서의 움직임은 반역의 기미(機微)인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미가 보인답시고 지나친 과잉대응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정작 반역의 빌미를 제공하는 잘못된 경우도 생겨난다. 그런 것을 경찰국가 내지는 폭정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20년 전에는 택시 승객이 대통령 욕을 했다가 기사가 파출소에 고발한 일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경찰국가였었다.
  
  

음양오행은 기와 형의 순환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를 바라다볼 수 있는 도구이다. 물론 음양오행을 몰라도 한 세상 살아본 이라면 누구나 삶의 경험을 통해 기와 형의 순환에 대한 나름의 식견을 지니게 된다. 그런 일반적 통찰을 대표적으로 말해주는 속담이 바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니 열흘 이상 붉은 꽃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경영학이나 실제 응용기술에서 널리 사용하는 학습곡선(Learning Curve)이라는 개념도 훌륭한 통찰의 하나이다.
  
하지만 음양오행은 전적으로 그 순환의 메카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발전되어왔기에 사물의 영고성쇠를 내다봄에 있어 가장 정교한 통찰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더하여 이 기술을 사람의 일에 적용하면 명리학이 된다.
  
물론 명리학이나 음양오행은 앞으로 더욱 발전의 여지도 많다. 그러나 자칫 어설픈 술사들이 가지고 놀면 미신(迷信)이나 진배없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술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숱한 잘못된 일들이 있었다.
  

그러면 세상의 순환, 기와 형의 상호순환에 대해 음양오행은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그 대강을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는 만물의 순환에는 박자 또는 리듬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60이라는 수에 대해 얘기하면서 제법 자세하게 밝힌 바 있다.
  
가장 근원적인 박자는 2박자인데, 바로 음과 양의 교호작용이다. 그리고 6박자야말로 사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작용력이 가장 크며 그것을 충(衝)이라 부른다 했다. 기본 순환주기는 12박자인데 이는 일년 열 두 달의 순환이며, 그것의 연장선상에 60이라는 보다 큰 순환주기가 존재하며 그것의 절반인 30은 그 순환의 질적 변화를 이루는 지점이라 했다.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억세게 좋은 운도 30년 이상 가는 법이 없으며, 그것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18년이 고작이며 또 그 핵심은 12년이 절정기가 된다.
  
과거 절대 권력을 쥐고 우리를 산업국가로 발전시켰던 고 박정희 대통령도 1961년 쿠데타 이후 1979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바로 18년간의 통치였다.
  
그런가 하면 개세의 풍운아이자 프랑스 혁명의 산물인 나폴레옹도 1794년 이탈리아 원정군 사령관직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하여 1812년 러시아 원정의 패배로 급격한 내리막을 탔으니 그 또한 18년간의 운세였다.
  
히틀러 역시 1933년에 독일총리에 임명되면서 1945년 베를린의 참호에서 자살할 때까지가 12년이고 그 이전 1927년에는 나치스 당 내부에서 일인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또한 18년간의 운세였다.
  
더러 30년간 좋은 운을 지속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호운을 지닌 사람들이 대를 이어서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칭기즈칸 일가이며, 우리나라의 삼성그룹과 같은 이른바 재벌가 역시 그런 예에 속한다. 아버지가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고 해서 그 뒤를 이은 아들마저 그렇게 성공하는 일은 사실 대단히 드문 일이며 시대적 배경을 타고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이상으로 박자에 대해 마치고, 다음에는 순환을 규정하는 두 번째 특질에 대해 알아보자.
  
그것은 진(辰), 미(未), 술(戌), 축(丑)이라는 네 가지 지지(地支)의 코드가 사물의 순환에 있어 마디를 이루면서 그 때까지의 과정을 다시 다음 과정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일련의 변화발전을 만들어내는 기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된 것이기에 더욱 절대적인 위상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음양오행의 성질 그 자체이다.
  
오행은 목화토금수를 말한다. 여기서 목(木)의 상(象)은 열어주는 것이며, 화(火)는 그것을 치열하게 변화 발전시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기(氣)의 단계이기에 사람들의 눈에는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나 토(土)의 단계에 들어서면 형(形)을 지니게 되며 금(金)은 그 형이 더 이상 변화발전이 어려운 고정화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수(水)는 형이 해체되고 동시에 다음에 올 어떤 그 무엇의 기(氣)가 또 다시 응결(凝結)되기 시작하는 것이니 가장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더러 오행을 두고 가령 금(金)이라 할 때, 마치 쇠붙이 정도로 여기고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이는 음양오행에 대해 대단히 저급한 수준의 이해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리할 때가 되었다.
  
세상과 사물의 순환은 결코 기계적이고 도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무작위(random)적인 것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규칙적이다. 하나의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기가 모여드는 과정이 있는가 하면 부단히 그것을 해체하려는 작용도 존재한다. 그것은 끊임없는 모순과 갈등의 과정인 것이다.
  
그렇기에 음양오행을 깊이 이해한다 해도 사물의 순환을 명확하게 예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형대수(linear programming)라든가 매트릭스를 써서 훗날을 예측하는 기법보다는 백배 천배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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