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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 - 이해인 수녀의 기도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09. 2. 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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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 - 이해인 수녀의 기도

"추기경님, 저도 웃으며 투병하겠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기도하겠습니다”
시인 이해인(64)수녀가 김수환 추기경 가시는 길에 애도의 말을 전합니다.
지난해 7월 암 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구술로 받았습니다. (정리=이경희 기자)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TV를 틀어놓고 추기경님의 흔적을 남김없이 눈과 귀에 담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너무나 슬픕니다.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이별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추기경님도 환자고, 저도 환자였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반년 이상 병원에 머무셨습니다. 저 역시 지난해 암 수술을 받았습니다. 입원해서 같은 층을 쓴 적도 있습니다.

그때 추기경님께서는 휠체어를 타고 제 병실로 놀러 오시곤 했습니다. 저 역시 가끔 추기경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선 비몽사몽 앓으시는 와중에 영어로
“하우 두유 필 디스 모닝?(How do you feel this morning?)
아임 파인 생큐(I’m fine, thank you)”라며 농담을 하셨습니다.

일부러 “아이 러브 유”나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란 말씀을 던지시곤 빙긋이 웃으시기도 했습니다. 제가 더 잡수시라고 말씀드리면 “시인이 먹으라니까 더 먹어야지”라고 응대하셨습니다.

암 투병하는 제게 “항암치료를 견뎌내다니 대단하다”며 칭찬도 하셨습니다. 병석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기력이 많이 쇠해지셨던 추기경님께서 어느 날 예쁜 모자를 쓰고 제 병실을 찾으셨습니다.

좋아 보이신다고 말씀드리자 “내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중이오”라며 웃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선 고통 중에도 모든 대답을 유머 속에서 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일생의 지표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로 삼으셨습니다.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삶을 사셨던 추기경님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그리 사셨습니다.

힘들고 어렵고 아픈 사람까지도 보듬는,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는, 한 인간으로서 골고루 햇살을 비추는 햇빛 같은 분이었습니다. 어버이로서 스승으로서 고루 덕망을 갖춘 분이었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떠남이 있다는 걸 저는 병석에서 더 분명히 느낍니다. 죽음이란 삶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 그러나 그 길에도 마침의 점이 있다는 것을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선 하루 한 순간을 소중히 하고 최선을 다해 마지막인 듯 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교훈을 그분의 죽음이 줍니다.

인품으로써, 보편적인 사랑으로써 일하시던 추기경님.
이제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아직은 눈물이 흐릅니다.
저도 웃으며 투병하겠습니다.
하루하루 겸손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겠습니다.


《Joins 뉴스에서 옮김》





      ♤* 마지막 기도 - 이해인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 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 사는 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지막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 나오리라.
      어떻게 웃을까
      고통 속에도 설레이는 나의 마지막 기도를
      그이는 들으실까.





      ♡* 감사와 행복 - 이해인 *♡
      내 하루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가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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