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
어느 광고 카피처럼, 진한 헤이즐넛 향기만으로도 삶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기에 필자도 짬이 날 때면 커피 한 잔을 즐기곤 한다. 하지만 커피 자판기 옆에 수북이 쌓인 종이컵과 그 안에 가득한 담배꽁초를 보거나, 하루에 몇 잔씩 마시고도 모자라 테이크아웃 커피나 캔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필자는 자꾸 직업병이 도져서 그들에게 달려가 잔소리라도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적당량의 커피는 심리적 여유를 주고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피로감이나 졸음에 긍정적인 각성효과를 주는 등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양의 커피는 성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성기능은 혈관이나 자율신경계의 안정성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카페인을 다량 섭취할 경우 심장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상승을 야기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등 혈관 건강에 좋지 않다. 또한 카페인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아데노신을 억제시켜 성기능에 바람직하지 못한 자율신경인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유발한다. 그뿐 아니다. 카페인 섭취 시에는 우리 몸에서 코르티손이라는 호르몬이 상승하는데, 이는 스트레스 시 증가하는 호르몬으로 성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얘기는 커피뿐 아니라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는 홍차ㆍ콜라 등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굳이 따지자면 커피가 남녀 사이에 도움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커피 광고 속 금실 좋은 부부나 다정한 연인의 모습처럼 남녀 사이에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성욕을 일부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긴 하다. 한때 커피가 여성의 성욕을 상승시킨다는 소문에 서양의 젊은이들이 파티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목적으로도 커피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커피가 여성의 성욕을 끌어올린다는 미국 사우스웨스턴대의 연구가 몇 년 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또한 카페인 때문이다.
해당 연구에서 암컷 생쥐에 적당량의 카페인을 주사했더니 암컷 쥐는 성욕이 상승하고 수컷과의 교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이 연구를 찬찬히 훑어봤더니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즉 이런 현상은 카페인에 노출된 적이 없는 대상에게 적당량 주입했을 때 나타나지만, 카페인이 과량이거나 습관적으로 카페인에 노출된 경우 그런 반응이 미미하더란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포유동물에게도 해당된다. 사람 역시 커피를 남용하는 경우엔 성욕이 증가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커피 한 잔에 100~15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일반적인 연구에서 1인당 하루에 400~500㎎까지의 카페인 섭취는 인체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페인은 다른 음료 등을 통해서도 체내로 유입될 수 있으니 커피는 하루 2~3잔 이내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과유불급은 커피에도 해당되는 말이라 하겠다.
특히 잠시라도 틈만 나면 자판기 커피에 담배까지 몇 대씩 피워대는 직장인 남성들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 잠깐의 휴식 시간에 자신의 성기능을 몇 배나 망치고 있는 셈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
강동우ㆍ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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