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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에서 인크레틴으로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바뀐다

라이프(life)/당뇨와 고혈압

by 굴재사람 2009. 2. 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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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에서 인크레틴으로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바뀐다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기존 '인슐린'에서 '인크레틴'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기존의 먹는 치료제나 인슐린 주사제는 저혈당쇼크 심장발작 고인슐린혈증 비만 등의 잠재적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따라서 생체의 인슐린 분비리듬과 가장 가깝게 혈당을 조절해 주는 체내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매개로 당뇨병을 치료하자는 게 새로운 치료의 흐름이다. 더욱이 국내에는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량이 적은 이른 바 '마른' 당뇨병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인크레틴 치료가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크레틴은 혈당조절의 마에스트로

인크레틴은 대부분 소장에서 분비되는 체내호르몬으로 GLP-1,GIP가 있다. 췌장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합성 및 분비하도록 촉진하고 베타세포의 죽음(자살)도 억제한다.

부수적으로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간에서 당을 새로 만들어냄)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므로 당의 증가를 차단한다. 혈중 포도당의 양에 맞춰 혈당이 높을 때에만 인슐린을 분비토록 유도하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가만히 있는 똑똑한 호르몬이다.

이런 인크레틴의 특성을 이용해 등장한 약이 한국MSD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 한국노바티스의 '가브스'(빌다글립틴)이다. 이들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억제제는 GLP-1,GIP의 활동을 저해하는 DPP-4효소를 막는다. 인크레틴은 주로 식후에 분비돼 자연스럽게 혈당을 조절하는데 이를 막는 훼방꾼을 단속함으로써 혈당강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설포닐우레아계 당뇨병약은 이미 기능이 저하된 췌장베타세포에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도록 강제한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인슐린이 다량 분비될 경우 저혈당쇼크가 오고 잔여 인슐린이 지방에 축적될 경우 비만을 초래했다. 종국에는 베타세포의 수와 기능이 줄어들어 약의 용량을 늘리거나 인슐린을 추가 투여해야 했다.

이에 반해 DPP-4억제제는 증가된 혈당에 반응해 분비되는 인슐린의 양을 늘리기 때문에 저혈당쇼크 위험이 없고 체중이 오히려 감소했다. 무엇보다 췌장베타세포의 수적 감소와 기능 감퇴를 막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인크레틴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인크레틴 유사제(GLP-1 analogue)도 등장했다. 한국릴리의 '바이에타'(엑세나타이드)주사제는 도마뱀(Gila monster lizard · 사진 위)의 타액성분인 엑센딘-4를 합성한 것으로 체내에 결핍된 인크레틴 호르몬을 대체한다. DPP-4억제제가 인크레틴의 고갈을 늦추는 간접적인 기능을 한다면 인크레틴 유사제는 직접 작용하므로 혈당강하 및 체중감소 효과가 훨씬 강하다. 따라서 DPP-4억제제를 쓰는 사람보다 비만한 당뇨병이면서 아직은 인슐린 주사를 맞고 싶지 않은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약은 베타세포 기능이 이미 현저하게 떨어졌거나,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세포가 이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강하거나,장기간 인슐린주사로 치료해온 경우에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DPP-4억제제는 기존 먹는 약보다 혈당강하 효과가 낮아 기존 약과 병용할 필요성도 있다. 또 바이에타는 하루 두 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월 20만원 안팎의 비보험 치료비가 부담이다.

◆왜 한국형 당뇨병에 인크레틴인가

한국형 당뇨병은 수년 전 만해도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어렸을 땐 적정치 이하 열량을 섭취했던 지금의 장노년들이 성인이 돼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양이 늘어나면서 췌장이 이를 감당할 만큼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발병하는 것으로 설명돼왔다.

하지만 한국인의 인슐린 분비량은 서구인의 2분의 1~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타고 난 베타세포의 양이 적고 개별세포의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에 마른 당뇨병이 많다는 것이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미국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가 25~30인 비만인구가 60%인데 반해 한국은 10~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국의 전체 당뇨병 유병률은 8% 정도로 비슷해 아시아에는 마른 당뇨병 환자의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마른 사람은 비만한 사람보다 베타세포의 양이 70~80% 적다. 따라서 한국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강한 사람보다도 인슐린 분비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분비량이 부족한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인크레틴은 한국형 당뇨병 치료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누비아의 경우 18주 동안 임상시험한 결과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 · 적혈구 내 혈색소에 당이 붙어 있는 상태로 3개월간의 혈당수치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척도)를 1.3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중국 인도의 평균인 1.03%보다도 높은 수치며 서구인에 비해선 50%나 혈당강하 효과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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