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속의 칼 - 정채봉의 <이순간> 중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빚을 때의 일이다.
하느님은 일을 거들고 있는 천사에게 일렀다.
"양쪽에 날이 잘 선 비수와 독약과 사랑약을 가져오너라."
천사가 그것들을 준비해 오자 하느님은 비수의 한쪽 날에는
독약을 바르고 다른 한쪽 날에는 사랑약을 발랐다. 그리고는
그 비수의 형태를 없게 만들어서는 인간의 혀에 버무려넣었다.
천사가 물었다.
"주인님, 왜 하필이면 그것을 혀에 넣으십니까?"
하느님이 대답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여기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독약이 묻은 칼이 나갈 때는 세 사람 이상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천사가 반문했다.
"그 최소한의 세 사람은 누구누구입니까?"
"바로 상대편이지. 또 전하는 사람도. 그리고 이들 못지 않게
해를 입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
"그러나 사랑의 칼날이 나간다면 의사의 메스보다도 더 큰 치유를
하게 될 것이다. 또 고통을 줄여주고 힘을 얻게 할 거야. 그리고
정작 상대방보다도 더 많은 수확이 자신에게 돌아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