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같은 - 박상준의 <동냥그릇> 중에서
뜰로 나간 왕은 꽃과 나무들이 죄다 시들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떡갈나무는 자신이 소나무처럼
키가 클 수 없기 때문에 죽어간다고 했고 소나무는 자신이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시들어간다고 했으며, 포도나무는 자신이
장미나무처럼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그런다고 대답했다.
그때 왕은 그 가운데서도 맘껏 싱싱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풀꽃 하나를
발견했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풀꽃이 대답했다.
"당신이 절 심으실 때 맘껏 편히 잘 자라라 하시면서 심으셨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전 저 자신일 수 있었죠. 저 자신으로 살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