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여영 기자
우리 직장인들은 유머 감각이라면 회식 자리에서나 필요한 것이라고 믿어 왔다. 지루하고 딱딱한 회의에서 유머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들은 유머 경영 혹은 펀(fun) 경영에 몰두해 왔다. 즐겁게 일하는 것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계산에서다.
그렇다고 유머를 섣불리 구사해서는 안 된다. 어설픈 유머는 오히려 자살행위에 가깝다. 공식석상에서의 유머는 회식 자리와 달리 맥락에 맞으면서도 지적이고, 임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이름난 산업교육 강사들이 전하는 ‘한방’ 유머. 이것만 외워둬도 당신은 직장 내 떠오르는 스타가 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의 기내방송
“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 비행기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피우셔도 됩니다. 흡연 중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유머 경영의 원조 격이다. 이 회사의 CEO인 허브 갤러허는 유머 경영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로 떠올랐다. ‘기내에서는 흡연을 하실 수 없습니다. 만일 흡연을 하실 경우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일반적인 기내 방송과 비교해 보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
◇한 재벌 총수의 내기
국내의 한 재벌 총수는 임원들과 실제로 만원을 걸고 내기를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루는 이 총수가 임원들에게 또 내기를 제안했다. “독립문 현판은 한글로 돼 있을까? 아니면 한자로 돼 있을까?” 많은 임원이 한글 쪽에 몰렸고, 소수만이 한자를 택했다. 그러자 총수가 조용히 양쪽의 돈을 다 걷어 갔다. 나중에 사실을 확인해 보라며. 확인해 본 결과 독립문 현판은 한 쪽에는 한글, 반대편에는 한자로 돼 있었다.
◇한국도 도입한 미국의 신무기
“빌딩이나 땅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망가뜨리는 첨단 무기를 드디어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신무기의 이름은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직후 미국의 코미디언 제이 르노가 한 우스갯소리로,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해서 나온다.
◇CEO의 세 가지 봉투
한 CEO가 퇴임하면서, 신임 CEO에게 봉투를 세 개 건넸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순서 대로 뜯어보라면서. 아닌 게 아니라 신임 CEO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 봉투를 뜯어봤다. 거기에 적힌 비결은 ‘전임자를 비난하라’였다. 실제로 그렇게 하자 많은 회사의 이해 관계자들이 잠잠해졌고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이어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두 번째 봉투를 뜯어봤다. ‘구조조정을 하라’고 적혀 있었다. 비효율적인 사업 부문과 제품군, 인력 삭감 계획을 발표하고 나자 다시 위기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취임한 지 몇 년이 지나 재차 위기가 찾아왔다. 세 번째 봉투를 뜯으면서 ‘다시 구조조정을 하라’라는 비책을 기대한 신임 CEO는, 거기에 담긴 내용을 보고 사색이 됐다. 거기에 적힌 글은 ‘똑같은 봉투를 세 장 준비하라’였다.
※미국 월가의 오래된 이 우스갯소리는 사실 구조조정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구조조정이란 CEO가 임기를 걸고 단 한 번, 과단성 있게 하는 것이란 뜻이다.
◇가장 오래된 직업
정형외과 의사와 건축가, 그리고 정치가가 어떤 직업이 가장 오래됐나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정형외과 의사가 말했다. “성경을 보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 정형외과 의사가 가장 오래된 직업인 게 틀림없어.” 그러자 건축가가 반박했다. “아니지. 하느님이 혼돈 속에서 우주 만물을 설계하고 만드신 걸 보면 건축가야말로 최초의 직업이지.” 두 사람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정치가가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런데 그 혼돈은 누가 만들었게?”
※미국 유머 사전에 등장할 만큼 오랜 민간 전승 유머. 기업이라는 경제 현장에서 정치에 대한 조롱과 야유는 언제나 각광받는 주제다. 관련 유머를 하나 더 소개한다.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10가지와 그 속뜻
“재미있네.”(속뜻: 내 생각은 달라)
“내 생각은 다른데.”(내 생각은 정말 많이 달라)
“내 생각과 많이 다르네.”(네가 맞을지도 모르지만 난 관심 없어)
“틀렸어.”(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잖아)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하고 싶지 않아도 시키면 해)
“나를 납득시켜 봐.”(네가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너도 마찬가지지?)
“더 큰 그림을 보라니까.”(회장님이 원하는 방향을 모르나?)
“결정했네.”(내 뜻은 확고하니까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
“나중에 더 얘기해 보자고.”(그랬다간 죽을 줄 알아)
“e-메일로 보낸 건 무슨 뜻이야?”(간단히 요약해서 얘기해 봐. 난 아직도 e-메일 볼 줄 몰라)
※ 한국 경영자들 사이의 유머
은행이란?
“해가 쨍쨍할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막상 비가 오기 시작하면 우산을 거둬가는 사람들.”
※ 미국의 소설가이자 독설가였던 마크 트웨인(1835~1910)이 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해 던진 한 마디. 실제로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을 해본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안다.
최악의 정치가는 누구일까?
프랑스 수상 클레망소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서 누가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기자가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자 클레망소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싶은 순간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 조르쥬 클레망소(1841∼1929)는 1차 세계대전 후 전후 세계 질서를 논의한 베르사이유 조약의 주역 중 한 명.
주식중개인과 신이 만나면
주식중개인과 신이 만났다.
주식중개인: 신께서는 1백억원을 얼마쯤으로 보십니까?
신: 나한테는 1원밖에 안 되지.
주식중개인: 그럼 1백만년은요?
신: 1초밖에 안 되지.
주식중개인: 저한테 1백억원만 주시면 안 됩니까?
신: 어, 1초만.
※ 여의도 증권가의 출처불명 유머.
클린턴이 하룻밤을 제안해온다면?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는 은밀한 제안을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200명의 답은 ‘예스’였다. 300명은 ‘노’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500명의 답은 한결 같았다. ‘내가 다시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면 사람도 아니야.’
※ 1990년대 말 이른바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 직전까지 몰렸던 클린턴 전 미 대통령에 대해 떠돌던 워싱턴 정가의 유머.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회식용 음담패설로 공식 석상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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