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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는 연밥에서 어머니 가슴을 보다

글모음(writings)/꽃과 나무

by 굴재사람 2007. 7. 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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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는 연밥에서 어머니 가슴을 보다


( 사 진 ) 연꽃에서 연밥이 되기까지


▲ 대개의 다른 꽃들은 꽃이 피고 씨앗을 맺지만 연꽃은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습니다. 

'필생필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좀 섬뜩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게 마련입니다. 그렇지요.
불로장생과 영생불사를 꿈꾸며 불로초 개발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는 역대의 어떤 권력자도 생을 마무리해야 하는
죽음만은 피하질 못했습니다. 그러니 죽음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태어남에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꽃잎이 다 떨어진 씨방석 같은 꽃턱은 햇살 받으며
   몸집을 불려나갑니다. 

불자들에게 있어 연꽃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십대제자중의 한 분이었던 가섭존자와의 이심전심을 일컫는
'염화미소(拈花微笑)',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처렴상정(處染常淨)'과 같이 이런저런 좋은 의미의 말들도 많지만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도 맺는다는
'화과동시(花果同時)'입니다.


▲ 씨방석이라고 할 수 있는 꽃턱은 직경이 10cm정도 되며
   윗면은 편평한 모양입니다. 

대개의 꽃들은 꽃이 피고 벌이나 나비 또는 바람이라도 중매쟁이가
되어 암수의 꽃이 수정 되어야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연꽃은 꽃이
핌과 함께 그 속에 한 덩이의 뭉치가 자리를 잡습니다. 꽃이 피어남과
동시에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이것을 '연밥(蓮實)'이라고 합니다. 다른
꽃들도 다들 그렇지만 연꽃은 연밥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이며
열매의 원인인 것입니다.


▲ 연밥을 보고 여인네 젖무덤을 닮았다고 하니 누군가는 외계인의
   두 눈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피어나기 시작하는 연꽃에서부터 알알이 영근 연밥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몽우리로 있던 연꽃이 피어날
때쯤이면 이미 그 안에는 연밥이 담길, 꽃턱이라고 하는 씨방석도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거꾸로 된 원뿔 모양의 씨방석에는 여드름처럼
오톨도톨한 뭔가가 솟아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바로 연밥입니다.


▲ 연밥이 영글기 시작하면 꽃턱은 쪼그라들며 그 구멍을 크게
   만듭니다. 

연꽃이 만개하고 꽃 속까지 햇살이 한껏 들기 시작하면 씨방석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나갑니다. 꽃턱은 크고 편평하며 지름 10cm
정도가 되며 숭숭 뚫린 듯한 구멍구멍에 연밥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 구멍만을 크게 만드는 게 아니라 연밥이 잘 빠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고개 숙이듯 꽃턱이 구부러집니다. 


▲ 알알이 영근 연밥들이 씨방석에서 해 바라기를 하며 양분을
   축적하고 있을 겁니다. 


▲ 이렇게 영글어간 연밥들은 새로운 싹틈을 거쳐 내년에는
   또 다른 연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 연밥이 빠져나간 씨방석은 딸내미 시집보낸 친정 어머니만큼이나
   마음이 허전할 듯 하지만 한편으론 대견하고 후련하기도 할 듯합니다. 

영글어 가는 연밥에서 가을을 보고, 굽어지고 쪼그라드는 씨방석과
연대에서 또 다른 모성애와 자연의 진리를 보게 됩니다. 구멍 숭숭
난 연밥자리는 자식들 빠져나간 어머니 가슴이며 청춘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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