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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거친 가시에 당찬 꽃송이, 가장 야생화다운 꽃 엉겅퀴

글모음(writings)/꽃과 나무

by 굴재사람 2021. 6. 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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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 산 주변이나 풀밭에서 진한 자주색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달리고 잎에 잔뜩 가시를 단 꽃을 볼 수 있다. 엉겅퀴다. 거친 가시에 당찬 꽃송이가 야생화 중에서 가장 강인하면서도 야생화다운 느낌을 주는 꽃이다. 꽃에 함부로 다가가면 가시에 찔릴 수 있다. 그러나 가시를 피해 잎을 만져보면 놀라울만큼 보드라운 것이 엉겅퀴이기도 하다.

 

엉겅퀴는 마을 주변 깨끗한 야산이나 밭두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농촌에서 공터가 생기면 망초·명아주와 같은 잡초와 함께 나타나는 것도 볼 수 있다. 가시가 달린 억센 이미지에다 짓밟히면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민중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엉겅퀴. 잎에 잔뜩 가시를 달고 있다.

 

6·25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다룬 임철우의 단편 ‘아버지의 땅’을 읽다가 엉겅퀴를 발견했다. 주인공 이 병장은 소대원들과 함께 야전 훈련 중 진지를 파다 유골 한 구를 발견했다. 그 자리는 ‘쑥대며 엉겅퀴같은 억세고 질긴 풀들이 서로 완강히 얽혀 있는’ 곳이었다. 인근 마을 노인은 6·25가 끝날 무렵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빨치산들이 많이 이곳을 지나갔고, 그러다보니 국군도 대응하면서 이름 모르는 시신이 많이 묻혔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노인은 뼛조각을 정성스럽게 수습한다. 소대원들이 빨갱이 시체인지 아닌지를 따지자, 노인은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무얼 하자는 말이오”라고 나무란다. 주인공은 수습을 마치고 음복을 하면서 6·25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아,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쓰러져 누워있을 것인가. 해마다 머리맡에 무성한 쑥부쟁이와 엉겅퀴꽃을 지천으로 피워내며 이제 아버지는 어느 버려진 밭고랑, 어느 응달진 산기슭에 무덤도 묘비도 없이 홀로 잠들어 있을 것인가. 반합 뚜껑에 술이 쭐쭐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엉겅퀴는 버려진 땅에서 자라는 잡초의 하나로 나오고 있다. 이 소설에서 엉겅퀴꽃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스러져간 아버지의 험한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멜 깁슨, 소피 마르소가 나오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는 스코틀랜드 민중의 잉글랜드군에 대한 항쟁을 다루고 있는데, 엉겅퀴 꽃이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상징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엉겅퀴 가시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한 수단일 것이다. 가을에 맺는 열매는 민들레 씨앗처럼 부풀어 하얀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아간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 토종 식물이다.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이 많다. 지느러미엉겅퀴는 엉겅퀴 비슷하지만 줄기에 미역 줄기같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지느러미엉겅퀴는 유럽 원산인 귀화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산 주변이나 공터 등에서 엉겅퀴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느러미엉겅퀴. 줄기에 미역 줄기같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다.

 

뻐꾹채도 요즘이 제철이다. 엉겅퀴와 비슷한 시기에 피고 잎이 갈라진 점이 엉겅퀴와 닮았지만 잎에 가시는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꽃도 원줄기 끝에 하나의 큰(지름 6~9cm) 꽃송이만 달리는 것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뻐꾹채라는 이름은 꽃을 감싸는 총포가 뻐꾸기 가슴털을 연상시킨다고 붙은 이름이다.

뻐꾹채. 잎에 가시가 없고 원줄기 끝에 하나의 큰 꽃송이가 달린다.

 

산비장이는 7~10월, 그러니까 좀 있다 피는 꽃이다. 잎이 지칭개와 같이 새 깃털처럼 갈라져 있고 두상화 끝이 곱슬곱슬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비장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무관 벼슬 중 고을 원님을 호위하며 마을을 지킨 비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비장이 모습이 꼭 비장처럼 산에서 보초를 서는 듯하다고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산비장이. 잎이 새 깃털처럼 갈라져 있고 두상화 끝이 곱슬곱슬하다.

 

조뱅이도 산비장이 등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잎이 보통 나뭇잎 모양으로 갈라지지 않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뱅이 잎은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가장자리에 작은 가시들이 무수히 달려 있다. 독특한 이름이 ‘조방(작은) 가시’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있다. 조뱅이는 풀꽃으로는 특이하게도 암꽃과 수꽃이 다른 개체에 달리는 암수딴그루다. 암꽃이 좀 더 크다.

조뱅이. 잎은 갈라지지 않고 가장자리에 작은 가시가 무수히 달려 있다.

 

봄에 피는 지칭개는 아직도 도심 공터 등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지칭개와 산비장이는 피는 시기가 다르지만 잎 모양은 비슷하다. 산비장이는 하나의 꽃대에 꽃송이 하나가 피는데, 지칭개는 여러 개로 갈라져 피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칭개. 도심 공터 등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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