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꽃, 영춘화, 산수유, 생강나무, 히어리, 복수초, 개나리, 꽃다지, 민들레, 애기똥풀… 초봄에 피는 이 꽃들의 공통점은 노란색이라는 것이다. 초봄 노란꽃 물결을 보면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초봄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리지아도 노란색이다. 물론 자주색인 광대나물, 연한 파란색인 큰개불알풀, 흰색인 냉이와 목련 등도 있고 진달래는 연한 붉은색이다. 그렇더라도 체감적으로 초봄에 피는 꽃들은 노란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다. 왜 초봄 피는 꽃은 노랑색이 많을까.
영춘화(왼쪽)와 개나리.
꽃색이 계절에 따라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봄에 노란꽃이 많은 것처럼 초여름에는 찔레꽃·쥐똥나무·이팝나무·때죽나무·산딸나무 등과 같이 흰꽃이 많이 피고, 초가을에는 과남풀·금강초롱꽃·투구꽃·벌개미취·쑥부쟁이·배초향 등과 같이 보라색 꽃이 많이 피는 경향이 있다.
◇더 읽을거리
-[김민철의 꽃이야기] 가을 야생화는 왜 보라색이 많을까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위한 것이 아니다.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를 운반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초봄에 노란색 꽃이 많은 것은 꽃가루받이 매개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겠다.
산수유(왼쪽)과 생강나무 꽃.
일본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 교수는 책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식물학 이야기’에서 “초봄에는 유채나 민들레 등 노란 꽃이 많이 피는데 노란색은 기온이 낮은 초봄에 활동하는 등에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했다. 등에는 생긴 것은 벌과 비슷하지만 파리에 가까운 곤충이다.
꽃다지(왼쪽)와 서양민들레.
‘꽃의 제국’의 저자 강혜순 성신여대 교수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초봄에는 주로 등에 등 파리가 활동하기 때문에 꽃도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매개체에 맞추어 핀다는 것이다. 강 교수가 우리나라에 피는 꽃 3600여종 중 3000종의 색을 분석한 결과, 노란색은 21%였다. 국내에서 피는 꽃 중 600종 정도가 노란색 꽃이 피는 것이다. 흰색이 32%로 가장 많았고, 빨간색이 24%여서 노란색이 3위였다. 다만 이 연구는 계절 별로는 꽃색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분석하지는 않았다.
유채꽃(왼쪽)과 애기똥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꿀벌처럼 영리한 곤충은 한 종류의 꽃만 찾지만 등에는 벌보다 하등동물이라 꽃을 구분하지 않고 날아다닌다. 꽃 입장에서 이건 곤란하다. 꽃가루를 다른 꽃에 옮기면 수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봄에 피는 꽃들은 무리를 지어 피는 경향을 갖고 있다. 모여서 피어 있으면 등에가 마구잡이로 옮겨다녀도 같은 종류의 꽃에 꽃가루를 옮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초봄 야생화 중 하나인 히어리. 국내 특산식물이다.
강혜순 교수는 초봄 노란꽃이 많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노란꽃이 피는 식물을 많이 심은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특히 도시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초봄에 피는 꽃 중 유채꽃, 영춘화, 산수유, 개나리 등은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심은 것이다. 히어리나 복수초 등은 자생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화단이나 공원에 심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봄 대량으로 심는 것이 노란색 꽃이 피는 것이 많아 노랑꽃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복수초. 지난달 홍릉수목원에서 담은 것이다.
노란색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긴 겨울이 견디고 봄을 맞을 때 꽃에서나마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얻고자 노란색 꽃과 나무를 많이 심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리해보면, 초봄에 노란꽃이 많은 이유는 등에 등 파리류 활동이 활발해 이들이 좋아하는 노란꽃이 많이 피는데다, 사람들이 유채꽃·개나리·산수유 등 노란꽃을 많이 심어 더욱 노란색 천지로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흡족한 설명은 아니지만 자료를 찾고 취재해보아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설명이 없어서 나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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