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박
조롱박은 연리지의 반대말
한 몸으로 태어난 두 개의 몸
미처 몰랐던 반쪽의 반쪽
생으로 쪼개질 때 당신에게 흘러드는 나를 보았다
내게서 등 돌리는 소리
한때 우리는
덩굴손에 매달린 요가 자세처럼
어느 수행자의 허리춤에서 물구나무로 서 있기도 했지
조롱이 조롱조롱
어떻게 매달려 살거니 어떻게 견딜 거니
받아 삼키면 아픈 말들
- 진혜진, 시 '조롱박' 부분
물구나무로 서있던 것이 반쪽으로 쪼개진 것.
속을 다 퍼낸 반쪽인 누군가의 반쪽.
한 몸에서 태어났지만
어떤 쓰임이 되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조롱박입니다.
내 일부였던 것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있지요.
나는 나를 버린 채
어디에서 다른 나를 찾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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