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기 영의정을 지낸 이항복이 언젠가 국사를 운운하는 비변사(備邊司)에 회의가 있던 날, 유독 늦게 출석하자 모였던 사람들이 물었다.
“어찌 늦었습니까?”
“마침 오다가 싸움판이 벌어져 구경하느라 늦었소.”
“누가 싸우기에 국사에 늦는단 말이오?”
“고자와 스님이 싸우고 있는데, 고자는 스님의 머리카락을 잡고 스님은 고자의 국부를 쥐고 있었소.”
이 말을 들은 재상들, 배를 잡고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숙연해졌다.
스님에게 잡힐 머리카락이 있을 리 없고, 고자에게 붙잡힐 국부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정이 아침저녁으로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두고 싸우는 것을 빗대는 뼈아픈 풍자였던 것이다.
그들 스스로를 그들로 하여금 웃게 한 이항복의 기지는 대단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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