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16. 7. 18. 08:06

본문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



1991년부터 시작된 광화문 글판은 처음에는 교보생명의 이름과 직설적인 교훈이 담긴 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 IMF는 우리 사회를 절망과 비탄으로 휩쓸었지요.

신용호 선생의 지시로, 이때부터 교보는 이름까지 빼고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판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교보는 지난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했습니다. 그 투표 순위입니다.
25년간 광화문 글판에 걸려 사랑과 희망을 준 글, '베스트 10'입니다.


- 1위, 풀꽃/나태주(2012 봄)




- 2위, 방문객/정현종(2011 여름)




- 3위, 대추 한 알/장석주(2009 가을)




- 4위, 풍경 달다/정호승(2014 여름)




- 5위,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2004 봄)




- 6위, 약해지지 마/시바타 도요(2011 가을)




- 7위, 해는 기울고/김규동(2005 여름)




- 8위, 마흔 번째 봄/함민복(2015 봄)




- 9위, 길/고은(2000 봄)

ds8


- 10위, 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2015 가을)




1998년 봄, 고은 시인의 "떠나라 낯선 곳으로 / 그대 하루하루의 / 낡은 반복으로부터" 가 광화문에 걸렸습니다.


ds3

교보의 글판에서 시민의 글판으로 바뀐 겁니다.
이때부터 30자 이내의 이 글귀들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로를 주었습니다.

심지어 글자 수를 맞추기 위해 시인의 허락을 얻어 시를 줄이기도 했으니까요.


광화문 글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 글귀를 만들고 선정하기 위해 생긴 '문안 선정위원회'에서 30자 이내의 글을 추천하고,

교보 임직원과 전국 통신원들의 지지가 많은 글귀로 선정하게 됩니다.

위원회는 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인, 소설가, 시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광화문 글귀도 저절로 탄생되지 않고, 이들의 고심과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위원들은 유재천(교수), 유종호(평론가), 이광훈(경향신문), 이청준(소설가),

고종석(한국일보), 정호승(시인), 최동호(평론가), 공선옥(소설가), 김광일(조선일보), 장영희(교수),

최승호(시인), 노재현(중앙일보), 은희경(소설가), 이지희(카피라이터) 씨 등입니다.

이렇게 선정된 글귀는 6명에서 10명의 디자이너에게 전해집니다.

이들은 2,3주 동안 한 글자, 한 글자를 생각하며 전투처럼 디자인에 매달립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예술가의 협조를 얻거나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광화문 글판의 무게와 의미를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30종의 시안은 하나하나 걸러지며 최종 한 작품으로 낙점됩니다.

광화문 글판은 가로 20미터, 세로가 8미터. 신문지 8백 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입니다.

글씨 크기가 초등학생 키와 맞먹는다고 하지요.

교보문고는 광화문 글판의 글귀를 모아 책으로 내기도 했고,

복기왕 아산시장은 이 책을 가장 감명 깊게 보았다고 말합니다.

광화문 글귀에 대해서는 다시 깊이 쓸 일이 있을 것입니다.

메마른 도시의 샘물, 광화문 글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도 이렇게 많은 분들의 수고와 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광화문 글판을 만드신 이 분들 덕에 우리는 지친 삶 가운데서도

사람사는 사회의 따뜻함, 인간에 대한 사랑, 용기와 희망, 그리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많은 이들을 대신하여 이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국회의원 10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했습니다.


- 정순훈 새벽편지 중에서


광화문글판은 매년 3, 6, 9, 12월에 새로운 글판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두 달 전인 1, 4, 7, 10월에는 문안 선정을, 한 달 전인 2, 5, 8, 11월에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가 여러 차례의 회의를 가져 신중하게 문안을 선정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게시되었던 글판 내용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1991년-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 <격언>




1993년- 아직도 늦지 않다. 다시 뛰어 경제성장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4년- 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시작에서 생긴다. <격언>

1997년- 나라 경제 부흥시켜 가정 행복 이룩하자.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7년 2월~4월- 오늘의 교보생명 내일의 경제 부흥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1997년 6월~12월- 개미처럼 모아라 여름은 길지 않다. <이숍 우화>

120F79494D29AC3E0734BB


1998년 1월-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공자의 춘추에서>

ds2

    春若不耕(춘약불경) 이면 秋無所望(추무소망)이요
    -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으며
    寅若不起(인약불기) 면 日無所辨(일무소판) 이니라.
    -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 날에 한 일이 없다.

    孔子三計圖(공자삼계도)


1998년 2월~9월-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고은 의 낯선 곳에서>

ds3

    낯선 곳 -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1998년 10월~1999년 2월-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

<고은의 창작>

1999년 3월~5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관계에 창의력을 불어 넣는 것이며

갈등 속에서 일치하고자 주력하는 것입니다.

<서은영의 최고의 삶에서>

1999년 6월~11월- 산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지그시 따뜻한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거기 그대 와 나.

<고은 의 창작>

ds6


1999년 12월~2000년. 4월-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낡은 습관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모험심과 용기로 가득 찬 청춘의 마음으로 새로운 천년의 낯선 곳을 향해 떠납시다.

<고은 의 낯선 곳 / 시무엘 울반의 청춘 에서>




2000년 5월~8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고은 의 길에서>

ds8

    길 -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마지막까지
    그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2000년 8월~11월-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우리의 번뇌는 존재가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서 일어난다

<불교 정전 아함경에서>

ds9


2000년12월~2001년 3월-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 어디 있으랴

꽃소식 환한 마음 보듬어 희망의 불 지펴 내일을 열자.

<김용택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




2001년 4~12월- 청자빛 하늘 그린 듯이 곱고 보리밭 푸른 물결 헤치며 종달새 드높이 솟아오르고

<노천명의 푸른오월에서>




2001년 7월~9월- 그대를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였다. 이웃을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하고 말았다.

가만히 푸른 하늘이 내려다본다.

<고은의 순간의 꽃에서>

2001년 10월~12월-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접시꽃은 붉은 물이 들었다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서정주의 추일미음에서>

ds11

    추일미음(秋日微吟) - 서정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구는 붉은물이들었다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들었는고

    안해박은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


2002년 1월~3월-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 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봄

<이성부의 봄에서>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2002년 04월~6월- 푸름을 푸름을 들이마시며 터지는 여름을 향해 우람찬 꽃망울을 준비하리라

<조태일의 꽃나무 숲들 중에서>



    꽃나무들 - 조태일

    헐벗을 날이 오리라
    바람부는 날이 오리라
    그리하여 잠시 침묵할 날이 오리라.

    겨우내
    떨리는 몸 웅크리며
    치렁치렁한 머리칼도 잘리고
    얼어붙은 하늘 향해
    볼 낮이 없어, 피할 길이 없어
    말없이 그저 꼿꼿이 서서
    떨며 흔들리리라.

    푸름을 푸름을 모조리 들이마시며
    터지는 여름을 향해
    우람한 꽃망울을 준비하리라.

    너희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너희들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고
    너희들은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고
    너희들은 누나를 누나라 부르고
    동생을 동생이라고 처음 부르던
    이땅을 부둥켜 안고,

    결코 이 겨울을 피하지 않으리라
    결코 이 땅을 피하지 않으리라.
    이 곳 말고 갈 수 있는 땅이
    어디 있다더냐.

    헐벗을 날이 오더라도
    떨 날이 오더라도
    침묵할 날이 오더라도


2002년 7월~9월- 세상에는 거저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요행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큰 길이 있습니다.

<교보생명 사내 공모작>



2002년 10월~12월-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 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다운가

<박재삼의 지는 잎을 보면서 에서>

ds12

    지는 잎을 보면서 - 박재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부를 사람이 없음이여!
    이제 저 나뭇잎을
    우리는 손짓하며 바라볼 수가 없다.

    그저 숙이는 목고갯짓으로
    목숨은 한풀 껶여야 한다.
    아, 묵은 노래가 살아나야 한다.


2003년 1월~3월- 먼동 트는 새벽빛, 고운 물살로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용택의 섬진강Ⅱ에서>

2003년 4월~5월- 하루를 살더라도 평화롭게 이틀 사흘을 살더라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김종삼의 평화롭게에서>

2003년 6월~8월- 시골에선 별똥별이 보이고 도시에선 시간이 보인다. 벗이여 우리도 쉬었다 가자.

<유종호 창작>

2003년 9월~11월- 바람에게도 길은 있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느니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천상병의 바람에게도 길은 있다 에서>

2003년 12월~2004년 2월-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우는 아침

어여삐 전해 오는 기별에 환히 밝아오는 따뜻한 겨울빛

<김달진의 겨울아침>




2004년 3월~5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꽃>




2004년 6월~8월-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 인가

<정호승의 내가 사랑한사람>

2004년 9월~11월- 여치야 번지 없는 풀숲에서 밤 새우는 여치야 기운을 내라 가을이 오고 또, 봄이 온단다.

<유종호 창작>

2004년 12월~2005년 2월- 떠난 사람들 모두 돌아와 다 함께 눈을 맞자 눈 맞으며 사랑하자.

<고은의 강설에서>




2005년 3월~5월-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에서>




2005년 6월~8월-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가 막히면 앉아서 쉬어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동규의 해는 기울고,당부>




2005년 9월~11월- 착한 당신 피곤해도 잊지 말아요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이종기의 바람의 말에서>




2005년 12월~2006년 2월-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겨울 강,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정호승의 겨울 강에서>




2006년 3월~5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되면 에서>




2006년 6~8월- 오늘은 반짝이는 은어가 되어 푸른 강물을 헤엄쳐보는 건 어떨까 친구?

<신해욱의 푸른 강물에서>





2006년 9월~11월-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가장 외로운 낙엽을 위하여/오늘을 사랑하게 하소서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중에서>




2006년 12월~2007년 2월-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장 중에서>




2007년 3월~5월- 봄이 속삭인다 꽃 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러워하지 말라

<헤르만 헷세의 봄의 말>

2007_spring_1280

    봄의 말 - 헤르만 헤세

    어느 소년 소녀들이나 알고 있다.
    봄이 말하는 것을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
    늙은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알아듣는다.
    늙은이여, 땅 속에 묻혀라.
    씩씩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라!


2007년 6월~8월- 내 마음 초록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거기에 바다는 있어라/뜀뛰는 가슴 너는 있어라.

<이시명의 빛에서>




2007년 9월~11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도종화의 단풍드는날>

09%C7%F6%C6%C7


2007년 12월~2008년 2월- 어머니 저를 일찍 깨워 주세요. 모든 새벽 중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거예요.

<알프레드 테니슨의 오월의 여왕>




2008년 여름-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우리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김용택의 사랑에서>




2008년 가을- 찬 가을 한 자락이 은은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고마운 일이다.

<조향미의 국화차에서>




2008년 겨울-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정현종의 아침에서>

ds18

    아침 -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2009년 봄- 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

<고바야시 이샤의 하이쿠에서>




2009년 여름- 물고기야 뛰어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조정권의 약리도에서>




2009년 가을-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천둥 몇개, 벼락 몇개

<장석주의 대추 한알에서>




2009년 겨울-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문정희의 겨울사랑에서>




2010년 봄-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마음을 환히 적시리라.

 <장석삼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2010년 여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키비의 힙합곡 자취일기에서>




2010년 가을-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 준다.

<괴퇴의 명언>



2010년 겨울-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곽효환의 얼음새꽃에서>




2011년 봄-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 이진명의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자에서 >




2011년 여름-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방문객에서>




2011년 가을-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햇살과 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에서>




2011년 겨울-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의 고래를 위하여 에서>




2012년 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들꽃중에서>




2012년 여름-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장석남 시인의 나의 유산은 중에서>




2012년 가을-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 중에서>




2012년 겨울- 황새는 날아서 알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에서>




2013년 봄- 가장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중에서>




2013년 여름-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파블로 네루다 의 유고 시집 "질문의 책" 속에서>




2013년 가을- 또로 또로 또로 책 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동시 작가 김영일의 귀뚜라미 우는 밤에서>

2013년 겨울- 살얼음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신경림 시인의 정월의 노래에서>

2014년 봄- 환하다 봄비/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박남준 님의 깨끗한 빗자루 중에서>




2014년 여름-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 중에서>




2014년 가을- 어느 날, 나무는 말이 없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하나 둘 이파리를 떨군다.

<황인숙의 어느 날 갑자기 나무는 말이 없고 중에서>

2014년 겨울-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이용악, 그리움 중에서>


2015년 봄-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보았으면

<함민복, 마흔번째 봄 중에서>



2015년 여름-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정희성, 숲 중에서>




2015년 가을-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서문 중에서>

2015년 겨울- 두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두번은 없다' 중에서>​ ​




2016년 봄-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최하림,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봄' 중에서>​

봄옷 갈아입은 광화문 글판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기사의 사진

    시집 <겨울 깊은 물소리> 가운데 ‘봄’ - 최하림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내리고
    강 얼음이 깨지고
    버들개지들이 보오얗게 움터올랐다.

    나는 다시 왜 이렇게
    봄이 빨리 오지라고
    이번에는 지넌번 일이
    조금 마음 쓰여서
    외치고 싶었으나

    봄이 부서질까 보아
    조심조심 숨을 죽이고
    마루를 건너 유리문을 열고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봄이 왔구나라고.”


2016년 여름-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구부러진 길 중에서>​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출처: 광화문글판(http://blog.naver.com/kyobogulpan)


'글모음(writings) > 아름다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음과 낡음  (0) 2016.08.13
지금도 감사(感謝)를 느끼고 계시는지?  (0) 2016.08.13
눈물 나도록 사십시오  (0) 2016.07.05
老 人 考  (0) 2016.06.15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0) 2016.03.2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