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니가 좋으면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8. 10. 19:35

본문

니가 좋으면

 

ㅡ김해자(1961~ ) -

 

 

가끔 찾아와 물들이는 말이 있다
두레박 만난 우물처럼 빙그레 퍼져나가는 말
전생만큼이나 아득한 옛날 푸른 이파리 위에
붉은 돌 찧어 뿌리고 토끼풀꽃 몇 송이 얹어
머시마가 공손히 차려준 손바닥만한 돌 밥상 앞에서
이뻐, 맛있어, 좋아,
안 먹고도 냠냠 먹던 소꿉장난처럼
덜 자란 풀꽃 붉게 물들이던 말
덩달아 사금파리도 반짝 빛나게 하던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말한 게 다인 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말
나만 얻어먹고 되돌려주지 못한
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붉은 돌에 오소록 새겨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글모음(writings)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의 바깥은 없다  (0) 2015.08.10
자녀를 위한 기도  (0) 2015.08.10
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0) 2015.08.09
늦가을의 산책   (0) 2015.08.09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0) 2015.08.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