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 이정하 -
저녁 강가에 나가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강물은 하류 쪽으로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강물 뿐만이 아니라 둑 너머 길도,
사람도, 우리 인생도, 사랑도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세상에서 정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쪽에서 서둘러 생겨나면 다른 한쪽에선
바쁘게 사라지고 있었으니까요. 전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 지나갔던가,
생각해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내가 가까이 하고픈 것들, 내가 간직하고픈 것들은 언제나
내 손길이 닿기 전에 저만큼 사라져버리고
잡히는 것은 언제나 쓸쓸한 그리움뿐이었지요.
추억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는 그것이 재현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그 날, 흘러가는 강물에 언뜻 비쳤다가 사라지는 밤풍경처럼
그렇게 내 삶도 흘러가는가 봅니다.
그렇게 내 사랑도 흘러가는가 봅니다.
자녀를 위한 기도 (0) | 2015.08.10 |
---|---|
니가 좋으면 (0) | 2015.08.10 |
늦가을의 산책 (0) | 2015.08.09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0) | 2015.08.09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0) | 2015.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