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원 박사의 ‘성경(性敬) 시대’] 이게 진정한 오르가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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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십수 년을 살아도 오르가슴
근처에도 못 가봤다는 여자들이 많다. 오르가슴이 뭔지 모르겠다는 여자도 많다. 소설이나 영화 장면은 꾸며낸 것이며 부풀린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섹스 관련 잡지나 매체를 통해, 혹은 주위 동료들을 통해서 오르가슴에 대한 환상을 품을 뿐이라는 것이다. 허황된 말만 듣고
자기가 느끼는 것이 오르가슴인지 아닌지 오해하고 헷갈린다는 여자도 적지 않다. 여성의 오르가슴은 너무 많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한두 번의 섹스로 느낄 수 있는 문제도 아닐 뿐더러 심리적으로 갖춰져야 할 조건도 많다. 그래서인지 경험이 많지 않은 여성들은 선뜻 자신 있게 오르가슴을 만나봤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그저 경험 많고 테크닉 뛰어난 남자를 만나야 느낀다더라, 서른다섯은 돼야 비로소 오르가슴을 안다더라, 어떤 사람은 결혼 후 오십이 넘어 느꼈다더라, 아니 평생 오르가슴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더라, 별별 말이 넘쳐난다. 팟찌닷컴 조사 결과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있다’ 62%, ‘없다’ 17%, ‘모르겠다’ 20%였다. KBS 방송 ‘비타민’ 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성 콤플렉스가 불감증(5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오르가슴에 대한 표현은 너무나도 가지각색이며 상당수는 과장돼 있다. 물론 섹스의 극치감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쾌감으로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인 것만은 분명하다. 강하고 격렬한 쾌감이 아주 순간적으로 지속되다가 어떤 충만감과 안정감으로 이어지면서 몽롱해지는 기분은 공통적인 느낌이다. 오르가슴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으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하는 거라곤 가만히 누워 남자가 하늘의 별 따다 주기를 바라다 빈탕이면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남편을 잡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르가슴은 남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 찾기 위해 연습해야 한다. 즐거운 섹스를 위해서는 자기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실상은 신체구조를 잘 모르거나 무관심하거나 상대의 성감대를 찾는 방법, 자극을 주는 테크닉에 대해 무지한 이가 많다. 이제 와 남편을 바꿀 수는 없으니 극치감을 높이기 위해서 보다 다양한 스타일로 이것저것 바꿔볼 필요가 있다. 클리토리스가 오르가슴의 핵인데 그것도 모르고 질만 자극하는 바보들이 꽤 있다. 마스터스와 존슨의 ‘인간의 성 반응’에 따르면 삽입이 여성 오르가슴의 절대 조건이 아니며, 여성의 섹스 쾌감 진원지는 질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라고 했다. 오르가슴 감도는 자위행위 때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남자 손에 의한 자극이며, 본격적인 단계인 삽입으로 느끼는 감도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 남자가 클리토리스 자극을 병행하지 않고 삽입하면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자들이 클리토리스 자극만으로 오르가슴에 닿을 수 있는 확률은 95%지만, 클리토리스 자극 없이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확률은 10~12%밖에 안 된다. 삽입하자마자 얼마 안 돼서 예기치도 않게 사정을 해버린다면 남성은 건드려놓고 책임 못 지는 꼴에 고개를 숙이고, 여성은 약 올라 미친다. 누워 눈만 껌벅거리다가 감꼭지 떨어지듯 갑자기 찾아오는 오 선생을 만나보리라는 야무진 생각은 집어치우고 자기가 따려고 발발 떨어볼 필요가 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진정 축복일 테니.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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