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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뽑으며

글모음(writings)/좋은 시

by 굴재사람 2015. 4. 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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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뽑으며

 

              - 주창윤 -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 여개의 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있는 들을 뽑아낸다
창 밖으로 벽돌 지고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국
그 깊이에 잠시 잠긴다.
뽑음과 박음, 못을 뽑는 사람과

못을 박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못을 뽑고 벽에 기대어 쉬는데
벽 뒤편에서 누가 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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