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
- 정영주 -
봄이 가려운가 보다
엉킨 산수유들이
몸을 연신 하늘에 문대고 있다
노란 꽃망울이 툭툭 터져 물처럼 번진다
번져서 따스히 적셔지는 하늘일 수 있다면
심지만 닿아도 그을음 없이 타오르는
불꽃일 수 있다면
나는 너무 쉽게 꽃나무 곁을 지나왔다
시간이 꽃보다 늘 빨랐다
오랫동안 한곳을 보지 않으면
그리고 그 한곳을 깊이 내려가지 않으면
시가 꽃이 되지 못한다
가슴 안쪽에 생기는 나무가 더 많아
그 그늘이 더 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