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하다
상실감 같은 것. 무엇인가 있다가 없어진 상태.
혹은 있기를 바라는 그것이 부재하는 것.
그래서 허전함에는 무언가를 놓쳐버려 축 처진 팔이,
팔 끝엔 잡았던 느낌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손이 달려 있다.
- 김소연, 산문집 '마음사전'에서 -
봄꽃이 한창입니다.
겨우내 인내해 마침내 피워낸 꽃들.
그러나 며칠도 못가 나무는 꽃을 놓아주어야만 합니다.
다 날려 보내고 남은 빈 가지는
무언가를 잡았다가 놓아버린 허전한 팔이거나 손.
허전함이 지나치면 상실감 내지는 쓸쓸함이 온다고
보이지 않는 힘이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아줍니다.
봄은 매년 다시 오지만,
푸른 시절을 놓아버린 생은 가끔 허전합니다.
그 허전함을 보이지 않는 그 무엇으로 채워 넣는 것이
또한 생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