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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과(不貳過)

글모음(writings)/아름다운 글

by 굴재사람 2015. 2.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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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과(不貳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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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와 비행기 이야기입니다.
이름 없는 가수였던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수화물로 맡긴 자신의 기타가 화물칸으로 마구 던져져 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도착해서 기타의 목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무려 400만원이나 하는 고가 기타였죠.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가칭 U항공사(유나이티드 항공)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그 직원은 캐나다에서 항공권을 끊었으니 거기서 불만을 처리하라고 합니다.

급한 상황이라 자신의 돈 100만원을 들여서 기타를 고친 후 가칭 U항공사의 고객서비스센터와 계속 통화를 했지만, 9개월 후에야 그 항공사에서 이메일이 옵니다.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죠.

어떻게 항의해야 할까요?
그 가수는 화내지 않고 U항공사와의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래,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U항공은 기타를 부숴버리지(United Breaks Guitars)]라는 컨트리풍의 코믹한 노래입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간 경쾌하고 재미있는 동영상은 일주일 만에 300만명 이상이 보았고, 몇 달 동안 1,000만명이 그를 응원했으며, 동시에 U항공사를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큰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캐럴은 U 항공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그가 더 유명해졌죠.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그를 인터뷰했고, 아이튠즈(iTunes) 같은 음원판매 사이트에서도 그의 노래가 크게 히트했습니다.)

오히려 급해진 건 U항공이었습니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간 후 U항공사의 주가가 나흘 동안 10퍼센트나 빠져서 한국 돈으로 2000억원(1억 8,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금액은 기타를 5만 개 이상 사줄 수 있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U항공은 그에게 사과하고 노래 동영상을 수하물 관련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쓰고, 악기 등 파손 우려가 있는 물품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기업의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고객이 거대기업을 흔들 수 있게 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공자는 어진 안회를 칭찬하며 불이과(不貳過)를 이야기합니다.
아니 불(不), 두 번 이(貳), 실수 과(過)... 같은 실수를 두 번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누군가가 두 번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냉정한 항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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