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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풍수서 '畵'는 필수…

라이프(life)/풍수지리

by 굴재사람 2014. 12. 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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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 교수 國運風水]
거실 풍수서 '畵'는 필수…
석류그림, 왕관과 같다 하여 서양인이 더 좋아해



독신녀를 위한 인테리어 풍수는? 집의 심장인 거실에는 어떤 그림을 걸어야 할까? 이상적인 침대 위치는?
최근 서구 유럽에서 간행되는 풍수 서적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동양 풍수를 유럽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1980년대 말엽이다. 그 당시는 주로 동양의 풍수서가 번역·소개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유럽인들이 자기 언어로 풍수를 논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유럽 풍수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해마다 200유로를 구미권 풍수서 구입에 지출한다. 200유로를 적시하는 것은 독일 FES(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서 고맙게도 해마다 200유로어치 책을 사주기 때문이다.


김두규 교수 집 거실에 걸려 있는 김지하 시인의 모란 그림.
김두규 교수 집 거실에 걸려 있는 김지하 시인의 모란 그림.



왜 유럽에서도 풍수가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것일까?
동양에 대한 신비감도 한몫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 효용성 때문이다. 또 서구인들이 '인간 생존 혹은 자아 표현의 구체적 형식으로서 집'을 이해하는 것과 풍수가 정의하는 집 개념이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을 다룬 가장 오래된 풍수 고전 '황제택경(黃帝宅經)'은 말한다.
"인간은 집을 의지하여 일어서고, 집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존재한다. 인간과 집이 서로 도우면 천지를 감통시킨다(人因宅而立, 宅因人得存, 人宅相扶, 感通天地)."

집과 인간이 서로 도우면 천지를 감통시킨다는데 어찌 집을 함부로 할까? 물론 유럽인들의 생활 풍수는 동양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인테리어 풍수에 관심이 많다. 침대 배치에서 화장실 풍수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생활 풍수 내용인 거실 풍수를 소개한다.
왜 하필 거실인가? 거실은 집의 심장이다. 신분·가풍·교양·취미 등이 거실을 통해 드러난다. 현관에 들어섰을 때 보여서 좋은 세 가지[三見]가 있다. 셋 가운데 둘은 집 안의 주색(主色)을 붉은색과 녹색 계통으로 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림(畵)이다. 그림 딱 한 점이 집 안 전체 기의 흐름에 심장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그림이 좋을까? 직업·연령·종교관 등에 따라 다양한 그림이 추천된다. 물론 그림 말고 다른 인테리어 소품도 활용된다. 수정·보석·도자기·어항·조각상 등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품이 그림이기에 몇 가지 예를 소개한다.

모란은 뭇꽃의 으뜸이자, 화려함과 우아한 품격으로 부귀와 무병장수를 상징하여 모두에게 좋은 그림이다. 석류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여 신혼부부 선물로 제격이다. 또 석류는 왕관과 같다 하여 서양인이 더 좋아한다.

산은 인물을 주관하며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고 믿기에 산수화는 훌륭한 인물과 넉넉한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낙락장송은 나무의 제왕으로 장수와 권위의 기운이 있다. 웃어른들에게 좋은 그림이다. 양(羊)은 성격이 온순하고 착하며 대길(大吉)로 여긴다. 특히 양 떼를 몰거나 양을 안고 있는 예수 그림(성화)은 기독교인에게 좋은 선물이다.

그림이라고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추상화나 기괴한 그림은 조명이나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항심(恒心)을 주지 않아 꺼린다.

그럼 그림을 어디에 걸어야 할까?
현관이나 거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는 것이 좋다. 풍수를 전문으로 하는 필자 거실에도 그림이 하나 있다. 시인 김지하 선생이 그려주신 모란 한 폭이다.

그림 오른쪽 위의 "모란 속에 불이 났다"는 제시(題詩)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러나 좌측 하단에는 "在世不生唯山間(세속은 살만한 곳이 아니니, 오직 산간에서)"이란 여말 선초의 학자 운곡 원천석(元天錫)의 시구가 있다. 부귀롭게 살라 함인지 운곡처럼 세속을 멀리하고 살라 함인지 필자에게 그것이 늘 화두이다.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 2014.12.0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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