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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는 음식 천천히 먹고, 과일은 갈아먹지 마세요

라이프(life)/당뇨와 고혈압

by 굴재사람 2014. 1. 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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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조홍근의 당뇨·혈관 이야기⑦
칼로리가 전부가 아니다, 당지수를 아시나요?

 

 

앞의 글을 읽어 보신 독자들은 그냥 칼로리만 같다면 아무 탄수화물 음식이라도 적당히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같은 칼로리라 하더라도 소화가 되는 속도에 따라 당뇨병에 대한 효과가 다릅니다. 어떤 탄수화물 음식은 소화가 너무 잘되어 먹자 마자 혈당이 급하게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위장에서 천천히 소화가 되어 당이 천천히 꾸준히 완만하게 올라가는 음식도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은 후에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와 정도를 당지수(Glycemic index)라고 합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음식을 먹은 후에 바로 혈당이 올라가는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당지수가 70이 넘으면 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당지수가 55 미만이면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들은 대개 음식에 섬유소나 단백질 등의 다른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는데, 음식이 위장에서 빨리 소화가 되는 것을 억제하여 혈당이 천천히 올라갑니다.

당지수에 따라 음식을 분류해 보겠습니다

당뇨병 환자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과일은 갈아먹지 말라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급격히 올라간 혈당으로 인해 혈관이 산화스트레스를 받고, 인슐린도 덩달아 높게 분비되고, 급하게 올라간 만큼 혈당이 빨리 떨어집니다. 금방 배가 고파져 또 음식을 찾게 됩니다. 그 결과 살도 많이 찌고, 혈당이 조절이 잘 안되고, 동맥경화증에 취약해집니다. 모든 학자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의 위험이 높거나 당뇨병을 치료 중인 사람들에게는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피하게 하고 당지수가 낮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권하자는 것이 중론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제 환자들에게 교육하고 권고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말에 의하면,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다 피하고 당지수가 낮은 음식만 먹으면 당뇨병이 예방되고 혈당 조절이 잘 될 수 있을까요? 대답은 ‘아니요’ 입니다.
당뇨병 환자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과일은 갈아먹지 말라
당지수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먹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당지수는 그 음식의 성질 중에 일부의 사실만 알려줍니다. 여기서 빠진 중요한 정보는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의 양입니다. 당지수가 높아도 당의 양이 많지 않으면 크게 해로울 것은 없습니다. 반면에 당지수가 낮더라도 당의 양이 많거나 지방 등의 고칼로리 영양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 때는 독이 됩니다. 과일은 당지수가 낮거나 보통이지만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가장 문제가 되는 식품입니다.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감자는 당지수가 높은데 튀긴 감자는 당지수가 낮습니다. 음식에 지방을 첨가하면 소화가 천천히 되기 때문에 당연히 혈당도 늦게 올라갑니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음식은 아닙니다. 따라서 당지수가 높다고 무조건 나쁜 음식이고 낮다고 항상 좋은 음식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으까요? 저도 글을 쓰면서 점점 더 혼란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탄수화물의 총량을 감안한 당부하도(Glycemic load)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걸 들고 설명해 본들 꼬인 실을 더 꼬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는 법! 어렵게 하지 않아도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당지수 중화하기, 칼로리 적게 먹기,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 먹기

인위적으로 당지수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과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섞어 먹으면 됩니다. 예를 들면 빈속에 먼저 나물과 채소와 콩 등과 단백질을 먼저 먹고 다음에 빵이나 밥 등의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보면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일은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것이 유리합니다. 천천히 당이 올라가면서 공복감을 줄이고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수를 먹고 싶다면 그 전에 나물, 콩들을 먼저 먹고 드시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습니다.

스파게티와 파스타는 아주 특별한데 이 음식의 원료가 되는 밀은 특이하게도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반죽을 만들 때에도 단백질을 첨가하기 때문에 국수임에도 불구하고 당지수가 낮습니다. 국수가 너무 그리운데 혈당도 염려가 된다면 가끔 스파게티를 시도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식사를 천천히 하는 것입니다. 가마우지처럼 꿀꺽 넘기지 말고 입에서 부터 맛을 충분히 보면서 자근자근 씹어 먹는 방법입니다. 무척 간단하지만 그러면서 제일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인위적으로 당지수를 올려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공복에 허기가 너무 져서 힘들거나 저혈당이 왔을 때는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바로 혈당이 올라가 위기를 탈출할 수 있습니다. 찰기가 있는 음식을 먹거나 갈아 먹으면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일 주스입니다. 통과일과 그 과일을 단지 분쇄한 과일 주스는 당대사면에서는 거의 다른 음식입니다.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이 왔을 때 사과 등의 통과일을 드시기 보다는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과일 주스의 당지수가 훨씬 높아 저혈당 극복에는 좋으나 정상적인 상황의 당뇨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먹고 싶을 때는 적게 먹으면 됩니다. 칼로리를 적게 먹는 방법입니다. 체중 조절이나 당뇨병의 장기적인 조절은 당지수에도 영향을 받지만 총 칼로리가 더욱 중요한 인자입니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어도 많이 먹어 열량이 과다하게 되면 풀만 먹어도 살이 찝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인자는 영양밀도(Nutrient density) 입니다. 어떤 음식이 비타민, 미네랄과 더불어 3대영양소가 풍부하면 그 음식을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조금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가공식품일 수록 영양밀도가 낮고, 가공을 덜 거친 음식이 영양밀도가 높고 대개 칼로리는 낮습니다. 고맙게도 그런 음식은 당지수도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쌀을 예를 들면, 도정하기 전의 쌀의 껍질과 씨눈에는 많은 양의 비타민과 칼슘, 마그네슘, 아연, 코발트, 오메가3 지방산, 단백질, 섬유질이 있습니다. 영양밀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도정을 하면서 껍질과 눈이 없어지면서 영양분은 거의 없는 순수 칼로리만 남습니다. 열량은 상대적으로 높고 영양소는 거의 없고 당지수는 높아집니다. 가공이 덜 된, 통채로 된 거친 음식이 당뇨병 예방과 조절에 좋습니다.

탄수화물이 특별히 더 당뇨병을 위험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탄수화물, 빨리 흡수되는 탄수화물은 확실히 해롭습니다.

어려운 말씀을 드렸지만 매일의 삶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당뇨병 환자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과일은 갈아먹지 말라
위의 지침은 일단 탄수화물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다른 영양소에 대해 다 다룬 후에 더 포괄적이고 자세한 실천사항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당대사를 도와주지만 가끔은 당대사를 방해하는 신뢰할 수 없는 친구인 지방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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