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무더위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상태에서 듣는 소리가
마치, 더위도 얼마 안 남았다는 신호 같습니다.
여름을 사정없이 톱질하던 매미소리는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절기를 아는 자연의 이치가 신비할 따름입니다.
앞날개를 부딪쳐 소리를 낸다는 귀뚜라미.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
'아는 법이 모진 바람벽 뚫고 나온 중방 밑 귀뚜라미' 등
유식한 듯 나서는 사람을 일컫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르르 구르는 소리를 비유한 말이겠지요.
속담의 칠월은 음력일 것이므로 지금쯤 해당될 듯합니다.
그러나 귀뚜라미 소리는 고적함을 느끼게 하지요.
그래서 두보는,
'그 하잘 것 없는 것이 구슬픈 울음으로
어떻게 사람을 그리도 감동시키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는군요.
작은 소리, 작은 생명체에도 이렇듯 마음이 쏠리는 것을 보면
귀뚜라미야말로 가을을 제일 먼저 알리는
큰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 최선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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