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산당은 적막하네
옛 사찰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숲은 무성한데
해는 더욱 길구나.
푸른 이끼 섬돌에 끼고
새로 나온 대나무는
담을 넘으려 하네.
비는 파초의 푸른 잎을 적시고
바람은 작약꽃 향기 전하네.
앉아있기 지루하여
산보하노라니
소매끝에 서늘한 기운이 이네.
한가로이 살아가니
마음 자족하고
홀로 앉았으니
그 맛 더욱 깊구나.
오랜 잣나무
누각에 뻗어 있고
그윽한 꽃은 낮은 담장 덮었네.
질그릇 발우에는
한 잔의 차
비자나무 책상에는
향불이 향기롭네.
비그친 산당은 적막하네,
툇마루엔 저녁기운 상쾌하다네.
- 고려후기 원감국사 충지(沖止)스님 -
유월의 언덕 (0) | 2013.06.07 |
---|---|
계족산 정혜사 (0) | 2013.06.07 |
숲 (0) | 2013.05.30 |
어디 우산 놓고 오듯 (0) | 2013.05.30 |
꽃이 할퀼 것 같다 (0) | 2013.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