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할퀼 것 같다
- 여서도 · 54
이생진
붉게 핀 동백꽃을 보면 유쾌하지만
떨어진 꽃을 보면 안쓰럽다
무슨 일로 시들기 전에 떨어졌을까
자학
자폭
자결
아무도 말리는 이가 없다
아직 나무에 있어라 하면 있을 수도 있는
붉은 얼굴이 돌에 부딪치고 싶어한다
팍팍 쏟아져 몸부림치려 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비도 벌도 없는 겨울에 피고 있어라 함이
분했나보다
겨울에도 외로운 사람들은 벌처럼 나비처럼 찾아오는데
무슨 심술로 시들기 전에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가면 할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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