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얻은 편린 몇가지** 딱하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사람도 딱하지만
먹을 것을 앞에 두고도 이가 없어 못 먹는 사람은 더 딱하다.
짝 없이 혼자 사는 사람도 딱하지만
짝을 두고도 정 없이 사는 사람은 더 딱하다.
** 마음과 세상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면 고양이는 꼬리를 내리고
개가 꼬리를 내리면 고양이는 이빨을 드러내고 덤벼들 듯
내 마음이 용기를 내어 몽둥이를 들면 세상은 꼬리를 내리고
내 마음이 꼬리를 내리면 세상은 몽둥이를 들고 내게 덤빈다.
만족이란 놈 꼭 양파처럼 생겼다.
알맹이를 찾으려고 껍질을 까니
알맹이는 안 나오고 껍질만 나온다.
까도까도 알맹이는 없고 껍질뿐이다.
결코 만족은 없고 껍질뿐이다.
** 말과 비
과묵한 남자가 하는 말은 가뭄 뒤의 비와 같고
수다쟁이 여자가 하는 말은 장마 뒤의 비와 같다.
** 맛
단맛은 혀끝에서 느끼고 쓴맛은 혀 뒤쪽에서 느낀다.
신맛과 짠맛은 혀 옆쪽에서 느끼고
우리들 사는 맛은 사랑에서 느낀다.
빵 맛을 제대로 느낄 때는 내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지.
과자 맛을 제대로 느낄 때는 내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지.
몸이 아프면 산해진미라도 아무 맛을 못 느껴.
그래 맞아.
마음이 아프면 인생 사는 맛을 못 느끼듯이.
** 맞춤
내 몸에 맞추어 입는 옷은 입기에 편하고
내 발에 맞추어 신는 신은 신기에 편하지.
내 양에 맞추어 먹는 음식은 속이 편하고
내 형편에 맞추어 사는 삶은 마음이 편하지.
** 생 각
귀하다고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면 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하찮다고 생각하고 하찮게 여기면 하찮지 않은 것이 없다.
예쁘다고 생각하고 자꾸 쳐다보면 예쁘지 않은 것이 없고
밉다고 생각하고 고개 돌리면 밉지 않은 것이 없다.
** 선 택
빠른 선택이란 가까이 있는 것을 잡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확실한 것을 잡는 것이다.
정확한 선택이란 좋은 것을 잡는 것이 아니다.
좋으면서도 내게 맞는 것을 잡는 것이다.
** 소와 기회
소는 뒤에서 붙잡아야 하고, 기회는 앞에서 붙잡아야 한다.
소를 뒤에서 잡아야 하는 이유는
소머리에 날카로운 뿔이 있기 때문이고.
기회를 앞에서 잡아야 하는 이유는
기회의 뒤에는 잡을 꼬리가 없기 때문이다.
** 속임
무지개가 우리를 속여도 우리는 그 무지개를 좋아하고,
그림자가 우리를 속여도 우리는 그 그림자를 달고 산다.
돈이 우리를 속여도 우리는 그 돈을 좋아하고
희망이 우리를 속여도 우리는 그 희망을 끌어안고 산다.
** 손 님
눈치를 주어도 가지 않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옷자락을 붙잡아도 뿌리치고 가는 손님이 있다.
미련은 오래 머무는 손님이고
영광은 잠시 왔다 훌쩍 떠나가는 손님이다.